[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서 번 돈은 다시 해당자산으로 가는 만큼 혁신산업 성장을 위한 ‘돈’은 없다는 뜻이다. 사고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11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회장은 “기업부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제조업이 한계에 부딪히고 새로운 활력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순환하지만 어떻게 구조조정과 재정비를 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신산업 육성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혁신창업을 통해 제조업 기반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기업을 망가뜨리는 것은 쉽지만 성장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급히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임기기간 동안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패스트팔로워 전략을 통해 성장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가 같은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를 쫓아올 것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패스트팔로워 전략의 최대 피해자는 조선업”이라며 “혁신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혁신을 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지만 사고의 가치관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이 특정 자산으로 다시 재 유입되는 문제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부동산에서 번 돈은 다시 부동산으로 간다”며 “주식, 채권 등 여타 자산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취업이 문제라면 창업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이곳에 들어올 자금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 국내 벤처산업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비교된다. 그러나 돈은 여타 자산으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 회장은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안 된다”며 “미국은 벤처투자로 돈을 벌고 다시 그 자금들이 모여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오픈이노베이션펀드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성장은 정체됐으나 자금이 풍부한 중견·중소기업과 산업은행이 협력해 혁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신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성장을 물론 중견·중소기업은 혁신기업과 합병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출 수 있다.

이 회장은 “돈은 있는데 무엇을 할지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며 “이들과 협력을 통해 혁신기업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