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A씨는 은행에서 금리가 3.5%인 5년 만기 대출(원리금 균등)을 2000만원 받았다. A씨는 대출을 받은 이후 월 36만4000원씩 원금과 이자를 균등해서 납부했다. A씨는 대출을 받은 지 1년 뒤 회사에서 승진했다. 그는 은행에 찾아가 금리인하를 요구해 0.5%포인트 낮은 3.0% 금리를 확정받았다. 이후 A씨는 1600만원가량 남은 대출금을 4년 동안 이자와 함께 월 36만200원씩 냈다.

기존 원리금상환 기준으로 보면 월 3800원씩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연간 대출이자는 첫해 64만원에서 이듬해 43만5000원으로 감소했다. 금리변동이 없었다면 둘째 해에 50만8000원을 내야 했다. 월 6100원가량을 덜 내게 된 것이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라 할 수 있지만 만기기간까지 감안하면 총 17만원(2년 차 이후 만기까지)이 절약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꼭 챙겨야 할 권리다. 

대출자의 소득이 증가하거나 신용등급이 개선되면 ‘금리인하요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사안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관련 요건을 충족해도 금리인하가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금융사별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리부담을 줄이는 것도 재테크의 일환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금리인하 수준도 금융사, 신용등급 변화 사유, 기준금리 등에 따라 다르다.

▲ 금리인하요구권 활용 사례. 출처= 금융감독원

1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종금리는 대출신청을 할 때 신청자의 직장, 외부 신용평가사의 등급, 자체 개인신용평가시스템 등을 근거로 결정된다. 따라서 평소 신용등급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출 후에도 신용등급을 잘 관리하면 이자를 줄일 수 있다. 또 신용등급이 올랐다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소득 증가·신용등급 개선으로 상환능력이 증가했을 때, 금융사에 대출 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안에는 금리인하요구권을 보호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제도는 2002년 8월에 도입됐으나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이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금감원은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위한 정보를 문자나 이메일로 제공하거나 증빙서류 간소화 등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금융사는 은행, 여신전문금융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다. 대부업체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 도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자격만 부합하면 누구나 금리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요구 조건은 금융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개인 대출자는 취직이나 승진, 소득 증가, 우수 고객 선정, 회계사·세무사 등과 같은 전문자격 취득 등이 금리인하를 요구할 근거가 된다. 기업 대출자는 재무 상태 개선과 담보 제공, 회사채 등급 상승 등으로 신용도나 소득이 올랐을 때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은행의 평가 결과에 따라서 금리인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승진, 연봉 상승 등 금리인하 요건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했다면 증명서류와 신분증을 가지고 영업점에 방문하면 된다. 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면 해당 은행은 조건에 부합한지 여부를 심사한다. 신청과정이 까다롭다는 인식이 있지만 자격만 갖춘다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 대출뿐만 아니라 보험사, 카드사, 상호금융 등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서도 신용상의 변화가 있을 때 요구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카드사 대출에 대해서도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카드사마다 조건은 조금씩 다르다. 다수의 대형 카드사들은 카드론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 중 최근 6개월간 연체 이력이 없고, 대출 후 6개월 이상 경과한 건에 한해 신청 가능하다. 대출을 받은 직전월 대비 신용등급이 2개 등급 시상 개선됐다면 금리인하 요구가 가능하다. 다만 마케팅 행사 등으로 인해 할인된 금리를 적용받은 고객에게는 상황에 따라 금리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 금리인하요구권 핵심 유의사항. 출처=금융감독원

금리인하 신청 사유가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금리인하는 연 2회까지 신청할 수 있다. 같은 사유로 6개월 이내에 신청할 수는 없다. 6개월 내 연봉이 두 차례 올라도 금리인하요구권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또 신규대출, 기간연장, 재약정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나기 전까지는 활용할 수 없다.

모든 대출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만기일시 변동금리 신용대출만 적용된다. 담보대출과 고정금리 신용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보다 부채비율이 상승했다면 금리인하는 어렵다.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만큼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거절될 확률이 높다.

신용등급은 나이스지키미, 사이렌24 등 신용정보회사 사이트에서 4개월에 1번씩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기관이 자율 시행하는 만큼 구체적인 적용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금리인하요구권의 내용과 신청절차는 해당 은행 홈페이지나 영업점, 상품설명서에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