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K-뷰티로 대표되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사이 출생한 젊은 층)들이 화장품 주소비층으로 급부상해 뷰티의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7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최대의 화장품 제조업체로 아시아, 북미, 중동, 유럽에서 ‘K-뷰티’ 트렌트를 주도하고 있다. 4년째 미국 미디어 기업인 포브스의 ‘세계 100대 혁신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이후 계속 쥐고 있던 업계 1위 자리를 지난해 2분기(4~6월) LG생활건강에 내줬다. 최근 한한령(중국 정부가 내린 한류 금지령)으로 1년 넘게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 현황. 출처=아모레퍼시픽

중국 시장 의존도가 비교적 높았던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둘 다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조2179억원, 영업이익은 4484억원으로 집계됐고, 작년 동기(매출액 3조2683억원, 영업이익 5089억원) 대비 각각 1.5%, 11.9%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가 해답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중동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화장품 주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화장품 트렌드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들이 무결점 피부를 제1의 덕목으로 내세울수록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도 된다.

▲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라네즈' 출시회에 사람들이 모두 몰려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월과 7월에 열린 정기조회에서도 임직원들에게 밀레니얼 세대를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시장조사기관 월드데이터랩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주목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2020년 이후 세계 노동인구의 35%를 차지해 막강한 소비력을 갖게 된다. 이들은 중국의 빈자리를 채울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미국, 중동, 유럽 등 전 세계의 밀레니얼 세대가 한류와 K-뷰티에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밀레니얼 세대 공략은 성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니언스퀘어에 이니스프리 1호점을 열었고, 올해 3월에는 ‘얼타(Ulta)’에 마몽드를 론칭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라네즈의 경우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 주요 매장에 입점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뷰티콘 LA’에 참가해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아이오페’ 등 5개 브랜드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뷰티콘은 올해 5주년을 맞이한 미국 내 최대 뷰티 박람회 중 하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 위축되지 않고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게 회사의 지침”이라면서 “밀레니얼 세대를 주 고객으로 끌어들여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슬림 ‘히잡’ 대신 색조화장 취향저격

중동도 세계적인 뷰티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성장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의 화장품 시장은 2015년 180억달러에서 2020년 360억달러로 연평균 15%의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아랍에미리트(UAE) 화장품 시장은 중동의 트렌드 발생지 거점지역으로, 환승객, 관광객, 외국인 근로자 등 인구구성이 다양해 화장품 시장이 세분화되어 있다.

▲ 두바이몰에 1호점으로 입점되어있는 '에뛰드하우스' 출처=에뛰드하우스

특히 중동은 히잡 등 엄격한 규율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색조화장뿐이다. 이 때문에 색조와 향수 분야가 발달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색조화장 제품으로 특화된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를 지난 3월 두바이몰에 1호점을 론칭했다. 중동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던 에뛰드 하우스의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콘셉트가 신선하게 다가갔다. 또 현지 메이크업과 트렌드를 에뛰드하우스만의 스타일로 개발해 중동 시그니처 룩 3가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본래 에뛰드하우스가 세웠던 당월 목표보다 150% 더 많은 매출을 가져왔다.

에뛰드하우스 관계자는 “아시아를 넘어 더 많은 글로벌 고객들에게 다채로운 메이크업의 즐거움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영 메이크업 브랜드로서 다양한 글로벌 고객에 맞춘 컬러 셰이드와 뷰티 트렌드를 리딩하는 유니크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적·동양의 아름다움에 빠진 프랑스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9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설화수 브랜드를 단독 오픈했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백화점 체인으로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대표적인 ‘뷰티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샤넬이 아모레퍼시픽의 히트상품 쿠션 파운데이션을 내놓은 것도 유럽인들의 한국식 화장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다.

▲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입점한 설화수 매장 모습. 출처=아모레퍼시픽

뷰티와 패션 트렌드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설화수는 윤조에센스와 자음생크림을 주력상품으로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매장에는 일평균 200여명의 고객이 방문해 제품 카운셀링은 물론 설화수 브랜드의 스토리나 ‘인삼 원료’ 등에 대한 문의로 이어지며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측에서도 설화수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아시아적인 이미지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뷰티 아카데미’에는 24명 모집인원에 140명이 신청했다. 2시간 수업으로 두 번 진행되는 이번 아카데미에는 프랑스에서 유명한 현지 블로거들도 참석했다. 프랑스 젊은 세대층이 우리나라 걸그룹 특유의 ‘센 화장법’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이처럼 K-뷰티는 럭셔리 중심으로 형성되던 유럽 화장품 시장에도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상대적인 가성비를 앞세워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설화수 관계자는 “아시아의 지혜를 담아 전통 한방 과학으로 빚어낸 미의 가치가 해외 주요 뷰티 시장을 움직여왔다”면서 “설화수는 전 세계적으로 유럽 시장까지 아우르는 한국적인 미와 가치를 전달하며 그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