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7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한 담화문을 두고 조선업계가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담화문에는 현실에 기반을 둔 해양사업부분의 어려움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양사업이 어렵지만 기술력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앞서고 있는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환구 사장 해양사업 관련 주장 조목조목 반박

강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해양사업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해양사업 구조조정 반대 논리에 대해 반박했다.

강 사장이 해양사업과 관련해 반박한 주장은 3가지다. 조선물량을 해양으로 나누자는 주장, 외주물량을 직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 해양사업은 왜 수주를 못하냐는 주장에 대해 강 사장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조선물량을 해양으로 나눌 수 없는 이유는 조선사업본부의 적자때문”이라면서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물량부족에 따른 휴업과 휴직을 지속하고 있고 지금도 230명이 휴직·휴업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물량부족으로 군산조선소의 4도크, 5도크의 가동이 중단된 만큼 해양으로 물량을 나눌 만한 형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외주물량의 직영전환에 대해서도 강 사장은 회사가 부담해야 할 노무비 증가를 이유로 반대했다. 강 사장은 “외주물량을 처리하는 협력사의 노무비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직영의 약 65%수준”이라면서 “이를 직영으로 전환해 직영비율이 높아지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노무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고 모든 직영인력의 노무비를 협력사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는 없다”면서 “작업능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회사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사업 수주를 못하는 이유로는 한국의 높은 인건비를 들었다. 중국, 동남아 조선소와 해양사업 수주 경쟁에서 인건비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업계에 따르면 해양 사업에서 주요 기자재와 원자재 가격은 경쟁국가 조선소와 별 차이가 없다고 알려졌다.

강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약520만원으로 중국 조선소의 1만위안(약 169만원), 싱가포르 조선소에서 고용하는 제3국 근로자의 80만원보다 최대 6배 이상 높다”면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의 총 원가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수준인 반면 중국 업체는 6%, 싱가포르 업체는 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의 인력은 2400명 정도다. 임금으로 1500억원, 퇴직금 120억원, 기타 부가급여 등을 포함해 1년에 약 1920억원의 인건비가 발생한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강 사장은 “향후 3년간 신규 수주 없이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인건비 손실액만 약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면서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유는 수주경쟁력을 회복해 해양사업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여러분의 희생과 양보가 없다면 해양사업을 계속해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솔직히 말한다”면서 “아무런 대책도 희생도 없이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노조의 태도는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담화문을 마무리했다.

 

조선업계 “강환구 사장 말 공감한다”

강환구 사장이 해양사업부문의 위기를 언급한 것에 대해 조선업계는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인건비 관련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강 사장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인건비까지 언급하면서 해양사업부문의 위기를 말한 것을 보면 높은 인건비로 인한 경쟁력 하락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라면서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모두 다 인건비로 인한 경쟁력 하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해양사업 일감은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전 세계 발주 총 4건 중 2건을 수주해 향후 수년간 일감이 남아 있고, 대우중공업도 1건의 잔여 수주 물량으로 2020년까지 일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2014년 이후 해양사업 수주물량이 하나도 없고 앞으로의 경쟁에서 저가 인건비를 내세운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의 도전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 업체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해양사업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신중하면서도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에서 중국이나 싱가포르 업체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건비를 제외한 기술력에서는 이들 국가에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해양사업에서 과도한 위험 부담이 들어간 계약서를 작성해 위기가 온 만큼 보다 신중하게 우리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계약만 해양사업에서 한다면 작은 희망을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