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벡스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일동에스테틱스가 10일 의료용고압산소챔버 ‘아이벡스(IBEX)’ 제품군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출처=일동제약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일동제약그룹의 미용‧성형 관련 기업 일동에스테틱스가 일산화탄소 중독, 잠수병 치료를 넘어 성인만성질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용 고압산소챔버를 출시했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와 약 2억원대인 기기 가격에 비해 국내 의료 수가가 낮아 다수의 병원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벡스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일동에스테틱스는 10일 의료용고압산소챔버 ‘아이벡스(IBEX)’ 제품군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의료기기의 세부 모델은 다인용인 ‘아이벡스 베이직’과 1인용인 ‘아이벡스 M2’이다. 다인용은 주문생산 방식으로 대개 10억원 가량이며, 1인용은 2억원대 가격이다. 이 기기는 관련 분야 국제 공인 안전규격인 미국기계학회(The 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 ASME) 인체용 압력용기 안전규격(Safety Standard of Pressure Vessels for Human Occupancy, PVHO)인 ‘PVHO-1’ 인증을 취득했다. 아이벡스 M2는 국내 1인용 고압산소챔버 중에서 유일하게 이 인증을 받은 기기다.

의료용고압산소챔버는 고압산소요법을 활용해 산소 부족에 따른 신체 질환 등을 개선하기 위해 높은 압력에서 호흡으로 고농도의 산소를 체내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질환을 치료한다.

산소는 우리 몸속에서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이동한다.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의 세포와 조직은 산소 공급을 받을 때 무리가 없지만, 모세혈관을 통해 산소를 받는 손이나 발 등의 말단 부위에는 헤모글로빈의 크기가 혈관보다 더 크기 때문에 산소 분자가 끝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각종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당뇨 발이라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 궤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발끝까지 원활한 혈액순환이 중요한데 궤양 치료에 필요한 물질들이 상처까지 도달하지 못해 심한 경우 해당 부위를 절단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말초혈관 질환의 대표 질환인 버거씨 병도 같은 원리로 치료와 관리가 어렵다.

의료용고압산소챔버를 활용하면 산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지 않고도 혈액 속에 산소 분자를 녹아들게 해 신체 끝부분까지 산소를 전달하고, 해당 부위의 세포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치료를 도울 수 있다.

고압 의학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은 방사선치료에 의한 만성 합병증, 돌발성 난청, 당뇨병성 족부 궤양, 만성 난치성 상처, 사지접합술 후, 중심성망막동맥 폐색증 등의 질환에 고압산소치료를 활용하고 있어, 앞으로 고압산소챔버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고압산소치료의 국가별 인정 질환 범위. 출처=아이벡스메디컬시스템즈

아이벡스의 연구개발(R&D)과 제조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벡스메디칼시스템즈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고압산소챔버를 제작하는 곳은 약 10곳이다. 이 기업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첨단의료기기 생산수출단지지원사업과 함께 지난 3년 동안 이 의료기기 제조 기술 국산화율을 약 80% 수준으로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지의 병원들은 과거 약 300대의 고압산소챔버를 운영했지만, 이는 연탄가스중독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이 굳어지면서 최근에는 40여 병원에서만 이를 사용하고 있다.

아이벡스메디칼시스템즈 관계자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키는 연탄을 주로 사용하던 1979년에는 서울에만 무려 41개 병원이 44개 고압산소챔버를 운영했고, 전국에는 약 300여 대가 활용되고 있었다”면서 “현재는 주 사용 연료의 변화와 함께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고압산소치료는 연탄가스중독만 치료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편견이 굳어진 이유로는 주로 응급센터에서 고압산소챔버를 운영하면서 주로 잠수병이나 가스중독 등을 치료한 사례가 많았던 점으로 분석된다.

▲ 국가별 고압산소치료 비용 수준. 출처=아이벡스메디컬시스템즈

우리나라가 198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챔버를 운영하고도 현재 관련 의료 서비스가 낙후된 지역 중 하나가 된 중요한 원인으로 보험 수가가 현재에 맞게 책정되지 않은 것이 꼽힌다.

장비 구입과 공간 운영, 관리 인력 등을 고려하면, 병원이 고압산소챔버를 운영할 때 필요한 예산은 수 억원에 이르지만 국내 의료 수가는 대개 10만원 가량이며 환자 본인 부담금은 4만원이다.

500여 개 응급센터, 약 1000곳의 병원에서 이 의료기기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정부의 운영비 지원으로 1회 치료에 약 30만원이 필요하며, 300여 개 응급센터에서 이를 사용하는 일본은 두세 시간 치료에 약 150만원, 필리핀은 약 3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고압산소챔버 보험지원액이 20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되지만, 국내는 25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수가 25억원 중에서도 고압산소챔버가 아니라 고압산소캡슐에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압산소챔버는 5기압 이상을 나타내면서 산소분압이 100%에 이르는 의료기기지만, 고압산소캡슐은 1.3기압 내외를 가하면서 산소분압 35%~40%를 보이는 기기다.

미국잠수고압의학회(Undersea and Hyperbaric Medicine Society)는 산소고압 흡입과 관련, 1.4기압 이상 압력에서 100% 가까운 고농도의 산소를 흡입케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실질 의료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2기압 이상에서 100%에 이르는 고농도 산소를 90분 이상 흡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압산소를 이용한 치료를 하기 위해선 고압산소챔버가 필요한데, 수가 지원은 산소캡슐에 쓰이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국내 치료비용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사는 곳에 따라 치료 기회가 박탈되지 않도록 더 많은 시설을 확충하고, 사회가 시민들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환자 본인 부담금을 올리지 않고서도 치료비용은 낮은 수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동에스테틱스 관계자는 “올해 3월 달에 아이벡스를 필리핀에 수출했고 유럽공동체인증(CE) 올해 말에 획득할 예정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장기 관점에서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장비 품질과 차별성, 서비스 등을 앞세워 납품처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