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원수의 가공할 공격으로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이 어두운 동굴로 숨어든다. 삶을 포기할 정도의 극한 상황, 괴로워하던 주인공은 우연히 기인을 만나 수백갑자의 무공을 받아 천하제일고수가 된다. 주인공은 동굴을 박차고 나와 원수들을 처단하며 강호의 평화를 지킨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 이야기는 무협지의 단골소재이자, 인류가 구석기 시대부터 옹기종기 모여앉아 나누던 영웅설화의 전형이다. ‘영웅의 고난-위기-도움-극복-정복’을 충실히 따른다.

흥미로운 대목은 영웅설화의 전형이 뒤틀리는 장면이다. 영웅이 고난과 위기를 넘어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키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해 극복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불로초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 수메르의 영웅 길가메시와, 끝내 불멸의 꿈을 이루지 못한 진시황이 대표 사례다. 이들의 실패는 신비의 샘물을 찾기 위한 필사의 여정이 ‘만만치 않다’는 진리를 상기시킨다.

여기 구석기 시대부터 내려오던 비극적 영웅설화에 도전장을 내민 자들이 있다. 21세기 ICT 기술이다. 인류의 많은 영웅들이 끝내 이루지 못한 초월적 존재가 되기 위해 ICT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술을 통해 신체기관의 기능을 발전시키거나 스마트 헬스 기능으로 정해진 수명을 크게 늘리려는 시도에 나선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사유의 경계를 넓히는가 하면 다양한 학습전략을 통해 지능의 비약적인 상승을 꾀하기도 한다.

ICT 기술로 옛 영웅들이 해내지 못한 초월적 존재가 되려는 움직임을 트랜스 휴머니즘이라고 부른다. 초인본주의(超人本主義), 초인간주의(超人間主義)라고 불리는 트랜스 휴머니즘은 인류의 지능과 육체 한계를 생명공학, 사이보그 기술, 나노머신 등의 기술로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종의 인간강화인 셈이다.

트랜스 휴머니즘은 포스트 휴머니즘의 결정체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인류가 넘지 말아야 할 마지막 선을 넘어 도달할 수 있는 금단의 영역일까?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는 것이 경제의 첫 걸음이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