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들도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알파벳의 웨이모가 리프트와 만나고 우버와 중국 바이두를 비롯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완성차+플랫폼'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적이 될 수 있는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을 택한 셈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을 구매하지 않는 트렌드에도 대응해 다양한 구독형 서비스도 전개하고 있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지난해 캐딜락이 북 바이 캐딜락(Book by Cadillac)을 시작했고 포르쉐는 포르셰 패스포드(Porsche Passport), 볼보는 케어 바이 볼보(Care by Volvo)를 출시하는 한편 올해 벤츠가 미국 일부 지역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콜렉션(Mercedes-Benz Collection)을 테스트로 도입했다"면서 "자동차 구독형 서비스가 일부 고급형 차량에만 적용해 지나치게 비사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 수요가 커지면 서비스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랩의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다. 출처=그랩

모빌리티로 인한 가능성

모빌리티가 자율주행의 가능성을 흡수하면 더욱 다양한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KT 경영연구소 디지에코에 따르면 동력원과 운전주체의 변화가 시작되면 미래 자동차의 디자인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의 손이 해방되면서 내부 공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운전자들이 면허증을 딸 필요도 없기 때문에 자동차의 디자인이 격변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는 운전하며 이동하는 곳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즐기는 곳이 된다. 디자인도 여기에 걸맞게 변할 수 있다.

▲ 미국의 리프트는 자율주행차 기술력과 만나고 있다. 출처=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자율주행차는 핸들을 잡을 필요도 없고 모두가 앞을 볼 필요도 없다. 운전이 필요없으니 좌석에 착석하는 개념이 아닌, 두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공간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다리를 펴고 눕는다면 사람이 보는 쪽은 천장이다. 이 부분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정착하는 디자인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이 분야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발생한다.

자율주행기술이 아직 완전한 단계는 아닌 가운데, 이를 발전시키면 화물도 모빌리티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대형차나 승용차를 이용한 화물 운반 외 음식 같은 간단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라스트 마일 혁명도 벌어지고 있다. 배송용 로봇의 가능성이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피자헛에서 딜리 플레이트라는 배송용 로봇을 시연하는 한편, 실리콘밸리의 베어로보틱스와 함께 3단계 로드맵으로 거리 배송용 로봇을 준비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는 물류와 배송을 아우르는 이동의 플랫폼을 송두리째 바꿀 가능성이 있다. 우버이츠와 같은 크라우드 소싱 기반의 물류 인프라와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 딜리 플레이트가 피자를 배달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안전과 규제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각 국은 배송용 로봇에 대한 규제를 시사하기도 한다"면서 "우버도 자율주행 트럭과 드론을 개발했으나 최근 경영 악화로 개발을 포기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혀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현실이 되기는 어렵지만 하늘을 나는 유인 드론이나 플라잉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민간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Airbus)는 2016년부터 자회사인 A3를 통해 플라잉카를 개발하는 바하나(Vahan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3월에는 아우디와 협력해 2도어 자동주행 포드(pod)와 수직 이륙 및 착륙을 지원하는 드론 형태의 쿼드콥터(quadcopter) 모듈로 구성되는 ‘Pop.Up Next’ 컨셉을 공개했다. 우버도 2016년 수직이착륙을 지원하는 플라잉 택시 서비스를 구상하는 우버 엘리베이트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공회전을 거듭하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우버의 플라잉 택시 컨셉. 출처=우버

모빌리티는 단순하지 않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모빌리티의 최종지향점을 ‘MaaS(Mobility-as-a-Service)’로 봤다. MaaS는 편의성과 비용절감을 높일 수 있게 되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통해서도 개인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연계 플레이가 중요하다. 우버는 지난 2018년 5월 영국의 민영철도회사 버진트레인(Virgin Train)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버진트레인의 웹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한 승객들이 문자메시지로 우버 탑승 예약 링크를 받아 도착한 역에서 바로 우버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중국의 디디추싱도 2017년부터 자전거 공유 서비스와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과 지자체의 협력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각 교통 시스템의 통합과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플랫폼 가능성이 핵심이다.

모빌리티의 발전이 MaaS라는 개념으로 묶이며 다양한 빅데이터의 확보와 운영, 대단위 플랫폼 전략으로 수렴되는 가운데 각 국의 규제와 관련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포함한 모빌리티 산업 전체의 혁신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허용하는 사례도 많이 발견되고 있어 향후 극적인 변화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