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올해 ICT 업계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모빌리티 산업이다. 우버가 온디맨드 차량공유 플랫폼을 출시한 후 미국의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우버의 대주주에 오르며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모빌리티는 단순히 승차공유, 일반 플랫폼 산업이 아닌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으나 국내 모빌리티는 안타깝게도 의미없는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쏘카와 그린카는 외연확장에 제동이 걸렸고 카카오 모빌리티는 스마트 호출이 사실상 무산되며 휘청였다.

카풀 서비스 합법화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며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한편 대표 사업자인 풀러스는 24시간 서비스를 강행하려다 무너지고 있고 라이벌 럭시는 카카오의 품에 안겼다. 렌트카와 대리기사를 연동해 규제의 틈을 파고들었던 차차 크리에이션의 모험도 정부의 규제에 철퇴를 맞았다.

최근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는 해커톤을 통해 문제의 실마리를 모색했으나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반쪽 회의만 열어 'IT와 택시 서비스의 연동을 강화한다'는 원론적인 아젠다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그러는 사이 네이버와 미래에셋이 결성을 주도한 아시아그로스펀드는 지난 8월 국내 모빌리티가 아닌 동남아 대표 사업자인 그랩에 2조원대 투자를 단행하는 등 자본유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휘청이는 사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난입하면 국내 동영상에서 사실상 시장을 평정한 구글 유튜브 사례가 반복될 조짐이다.

방법이 없을까? 글로벌 승차공유의 트렌드를 살피는 한편 각 국의 정책 방향을 분석하며 국내 모빌리티의 비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글로벌 주요 승차공유 기업들. 출처=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그들이 몰려온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보고서 '모빌리티 산업, 인프라 역할 더욱 커진다'에 따르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는 트래비스 칼라닉이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우버의 등장으로 촉발됐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우버를 두고 "버스와 택시 등 합법적인 라이선스를 받은 교통 서비스 업체들이 독점했던 운송 시장에서 일반인도 서비스 공급자로 변신, 이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며 향후 10년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이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 우버택시 운행이 금지된 것과, 지금도 각 국에서 우버택시 운행을 두고 찬반논란이 거세게 벌어지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공유경제가 아닌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플랫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하고, 공급과 수요를 플랫폼이 독점으로 조절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촉발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세계에서 경제 불평등 지수가 두 번째로 높았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가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버가 주도한 승차공유 혁명의 약점은 뚜렷하지만 일반인이 쉽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온디맨드 플랫폼의 가치는 크다는 평가다. 우버는 올해 7월 이용 횟수 100억건을 넘겼고, 이는 50억건을 돌파한지 불과 1년만의 성과다. 우버택시를 중심으로 우버이츠, 우버풀 등 다양한 파생 라인업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선택한 우버의 다음 공략지는 어디일까? 우버는 시작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탄생했으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외연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경쟁력이 분산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우버는 지난 2분기 전년 대비 51%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으나 손실액도 4억400만달러로 불어났다"면서 "미국은 물론 주요 지역에서 현지 업체들도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버가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며 모빌리티의 씨앗을 뿌리자, 각 지역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세운 플레이어들이 등판을 서두르고 있다. 리프트와 그랩, 올라를 넘어 새로운 플레이어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애플의 투자를 받기도 한 디디추싱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알리바바는 지난 7월 자회사 오토내비를 통해 새로운 승차공유 서비스 Gaode Jiaoche를 시작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며 빅데이터와 승차공유, 알리페이의 금융 서비스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애플의 자율주행차와 증강현실 전략이 오버랩된다. KGI증권을 떠나 TF인터내셔널 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대만의 애플 전문가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8월15일 애플이 2020년 증강현실 글래스를 출시하고 2023년 애플카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애플이 2020년 증강현실 글라스를 출시하면서 금융산업을 접목해 애플카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플랫폼의 자동차가 자율주행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ICT 기술을 품어내는 한편, 그 끝에는 금융 서비스와의 시너지가 있다는 논리다.

통신사들도 모빌리티에 뛰어들고 있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통신사들은 직접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보다 부가 서비스 확대와 새로운 매출원 발굴, 미래의 유망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기존 택시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금지되어 있는 일본에서 도코모와 소프트뱅크가 AI(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빨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사례가 도코모다. 도코모는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 d카쉐어를 출시했고 인공지능 택시 전략도 펼치고 있다. 우버의 운전대를 잡은 소프트뱅크도 디디추싱과 합작사를 설립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우버와 그랩, 올라 등 모빌리티 기업들을 아우르는 연합전선의 맹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승차공유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현황. 출처=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모빌리티의 변신은 무죄

모빌리티의 영역은 자동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유통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라스트마일(고객과의 마지막 접점) 사용자 경험으로 확장되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대표사례가 공유자전거다. 자동차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을 쉽게 갈 수 있고, 자동차와 혼합해 교통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중국의 모바이크가 경기도 수원에 공유자전거를 운영하는 사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수원시민들은 공유자동차나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역과 역을 이동하거나 역에서 자동차가 지나기 어려운 골목을 통과할 때 모바이크를 사용한다. 일종의 보완재가 되는 셈이다.

최근 공유자전거는 모빌리티의 영역으로 들어오며 센서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자전거가 무단으로 방치되거나 도난당하는 등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등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자전거를 비롯해 스쿠터까지 모빌리티 경쟁력이 빠르게 스며드는 것도 사실이다.

▲ 우버이츠에 사용되는 공유자전거가 보인다. 출처=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스쿠터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이 문제지만 각 업체들은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활용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스스로 충전을 할 경우 서비스 이용료를 할인해주거나 별도의 보상을 지불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유 자전거 업체는 옥석 가리지를 지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개인의 이동수단에 가까운 자전거, 스쿠터도 이제 보유가 아닌 이용의 시대인 온디맨드 생태계로 편입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특정 오프라인을 기업의 마케팅 장소로 활용하는 등 파생 서비스의 기회도 생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