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손가락을 통한 몸짓으로 표현하는 화가 김상표. “너바나 공연영상을 보면서 내 몸이 그들의 신체리듬과 강도와 속도에 공명하며 동기화되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너바나와 같은 감응으로 캔버스에서 춤을 추며 내 삶의 파토스들과 대면했었던 게 분명하다”라고 했다. <사진=권동철>

“아비규환의 전쟁터처럼 어지럽게 널려있는 화실의 마루와 골 위로 매끈한 물감덩어리가 언제든 흘러넘쳐날 것 같다. 한 장의 그림을 그려내고 나면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하다. 끝나지 않은, 곧 다시 시작될 것 같은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불안정한 고요 속에서 나는 ‘너바나(Nirvana)’음악을 들었다.”

너바나는 1990년 초 대히트 친 얼터너티브 록 밴드다. 그들의 공연영상에서 이번 신작작업의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를 조계사 인근에서 만났다.

“펑크 록(Punk Rock)은 평등정신을 지향한다. 그룹멤버들을 선발할 때도 프로보다는 아마추어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나도 회화를 전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붓보다 열손가락으로 물감덩어리를 거칠고 본능적인 ‘몸의 내지름’으로 그린다. 그림과 그림 아닌 것의 경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김상표 작가(金相杓, KIM SANG PYO)는 전남영암출신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자화상’연작을 통해 존재의 근원적 물음의 화두를 던져온 작가는 9월15일부터 10월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신작 25점을 선보이며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명제가 ‘Nirvana’다.

“나 또한 어린 시절과 젊은 날, 심리적 어둠과 무의미 속에서 기존의 코드화된 교육과 삶의 양식에 반항했었다. 너바나와 내가 서로 성장과정이나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나와 록은 저항성에 바탕을 둔 반미학의 미학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들이 음악으로 표출했다면 나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 개체로서의 존재론에 보다 더 다가가고자하는 조형성의 표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