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의식의 시작

새벽 알람이 울린다. 시간은 네 시 반, 모든 공간에서 자연의 빛은 없는 시간이다. 자동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바로 문을 열고 나간다. 이렇게 해야 깨어난 상태를 활동에너지로 전환 가능하다. 그리곤 아파트 단지에 모셔 놓은 검은색 자전거로 이동한다. 잠금 장치를 풀고 자전거에 올라탄다. 멀리 가지도 않는다. 가볍게 아파트 지상 공용 주차장을 5바퀴 정도 빙글빙글 돈다. 위를 바라보면 100여 가구 중에 불이 켜진 집은 3~4곳에 불과하다. 아침부터 알 수 없는 승리감을 맛본다. 근거는 없겠지만 마치 필자가 상위 3% 안에는 든 것 같은 기분이다. 10여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온다. 이건 운동이 아니라 의식에 가깝기에 오래할 필요가 없다. 집에 있는 방 하나는 필자의 사무실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서 책상 위에 있는 필자의 도구들과 연결된 전원을 켠다. 노트북, 대형 모니터, 프린터기, 스탠드와 더불어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온다. 네온사인 문구는 ‘너는 무한하지 않느냐’이다. 막 독립을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하고 싶어 선택한 문구이다. 거금 30만원을 썼지만 일생의 몇 안 되는 중요한 기로에 선 다짐을 확인하기에는 더 없이 좋기에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몰입과 휴식의 반복

이제 오전 업무를 시작한다. 아침 의식이 끝나면 대략 5시에서 8시까지 3시간을 꼬박 몰입할 수 있다. 이 시간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세상은 언 듯 잠에 든 것 같지만 성인들은 이 시간에 만물이 깨어나고 생동한다고 했다. 필자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하루를 계획하고 1순위로 생각하는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시간만 주어진다면’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한다. 그만큼 집중도가 높은 시간이다. 그래서 전날 일이 있거나 늦게 잔다면 이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만큼 하루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오전 8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꿀 같은 휴식이 주어진다. 보편적인 출근시간으로 보자면 필자는 이미 생산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오전 업무를 모두 마친 상태이다. 그만큼 쉴 필요가 있기도 하다. 90분의 자유 시간에는 차를 마시고 뉴스를 보고 가끔은 미친 듯이 춤을 추기도 한다. 몸이 찌뿌둥한 날에는 반신욕을 한다. ‘남들은 이 시간에 복잡한 길에서의 출근을 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행복감에 몸을 흔들어댄다. 조금은 심보가 고약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필자만의 상상이기에 독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한다. 정해진 시간에 쉬면 확실히 더 재미있다. 중고등학생 시절 방과 후에 학원을 가기 전 2~3시간이 남는데 그때는 TV가 그렇게 흥미로웠다. 지금도 정해진 시간에 놀면 무척 재미있다. 오전 쉬는 시간이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2순위의 업무를 처리한다. 2순위의 일은 기계적으로 처리할 일을 주로 한다. 파트너에게 이메일 답장과 기획서 제출 등 스스로를 비서라고 생각하며 일한다. 신체에 각인된 관성을 이용한다는 표현이 적절한 듯하다. 그렇게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2시간 30분의 시간을 보낸다. 가장 중요한 1,2순위를 끝낸 후라 마음이 편하다. 12시부터 1시 반까지 1시간 반의 식사와 휴식시간을 보낸다. 주로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에 20~30분이면 식당에서 먹는 1.5배의 여유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저녁에 짝꿍이 미리 봐 둔 먹을거리로 뚝딱 만든 요리는 새로운 차원의 환기를 가져다준다. 필자의 어머니는 중학교의 조리사이다. 최소 100인분 이상의 요리를 만드는 그녀는 어릴 적부터 주방이 집안에서 가장 창조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어릴 적 필자는 주방에서 요리를 만드는 어머니 곁에서 달력 뒷면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이마저도 더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간헐적 단식이다. 가장 쉬운 단식법으로 일일 일식을 하는데. 필자는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전날 저녁 식사 후 다음날 저녁을 먹는 1일 1식을 실천하고 있다. 간헐적 단식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므로 넘어가자, 중요한 것은 점심을 건너뛴다면 이 시간도 자유의 시간이다. 점심시간 1시간 반의 자유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필자는 이 시간에 저녁시간에 미리 해야 할 업무 외의 일들을 실행하기도 하는데 운동을 1시간 해도 좋고, 보고 싶은 영화를 한 편 보기에도 좋다. 이 시간이 끝나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미래 기회 탐색

필자는 이미 1순위 2순위 3순위의 업무를 마친 상태이다. 마지막 업무 시간은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 가진다. 1인 기업은 스스로 생산과 투자를 담당해야 한다. 이 시간이 필자에겐 R&D를 하는 시간이다. 즐겨찾기로 링크해둔 20개에 가까운 재단과 단체, 참고 기업들의 동향, 집중하는 분야의 논문, 전공서적,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알고 싶은 지식에 관한 책 등 방식은 딱딱하게 정해두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일률적이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의 자유가 있지만 주제는 항상 같다. ‘미래 기회 탐색’이다. 이때를 핑계로 읽고 싶은 책을 양껏 읽기도 한다. 그렇게 오후 4시가 가까워 온다. 필자의 업무시간은 종료된다. 그리고 또 다른 자유가 기다리고 있다. 오후 4시부터 잠드는 11시 30분까지 무려 7시간의 여가시간이 주어진다. 이 여정에 순수 업무 시간은 8시간 30분이다. 직장인의 평균 근로시간보다 30분이 많다. 그럼에도 쉬는 시간은 총 3시간이다. 그리고 오후 4시면 이미 직장이자 집에 도착해 있다. 일은 ‘더 몰입할 수 있고, 더 쉴 수 있다.’ 그래도 업무는 일찍 끝나 있다. 필자는 이보다 더 좋은 일과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새롭게 발견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