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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제2의 BMW 사태’ 막을 근본적 해결책은?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9.10  08:48:36
   

지난 6일 정부는 자동차 리콜 제도를 대폭 강화해 제작 결함을 은폐, 축소하거나 ‘늑장리콜’을 하는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또한 제작 결함으로 중대 피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 한도를 현행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손해액의 5배 이상’으로 상향조정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정부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제작사에 부과하는 과태료는 현행 건당 100만원에서 1천만으로 대폭 인상하기로 하였다(☞ 국토부, 리콜 제도 전면 개정...결함은폐시 과징금·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물론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조치는 대부분 자동차관리법 또는 제조물책임법 등의 개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으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설령 입법이 된다 하더라도 소급 적용은 어려워 현 시점을 기준으로 이미 발생한 BMW 사태해결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소비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과 재산 보호’라는 근본적인 취지를 몰각한 채 ‘원포인트’ 졸속입법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예정한대로 자동차관리법 또는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하는 것은 이번 BMW 사태와 동일한 ‘차량의 하자’와 관련한 소비자 구제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조금만 사안이 달라지더라도 전혀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회성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소비자 권익 보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소비자 권익 보호와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 입법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송 과정에서 소비자의 ‘입증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이다.

우선 전자에 해당하는 것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민사상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나 법원의 형사처벌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악덕 기업에 대한 위하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조치로, 특히 영미법계 법제 하에서는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다만, 대륙법계 법제를 따르고 있으며, 피해 본 것 이상의 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전보배상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우리 법제 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 이에 지난 2011년 이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를 필두로 ‘제조물책임법’ 등에서도 피해액의 3배를 상한선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내용의 입법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지만, 그 정도의 배상액으로는 악덕 기업의 소비자 권익 침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소비자 권익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재화나 용역은 사전에 예측하기도 어려워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개별법 상에 제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 보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민법 등 일반 법률에 규정하는 방법으로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것에는 ‘입증책임 전환’과 ‘증거개시 제도’를 들 수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입증책임은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주장하는 쪽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고 악덕 기업이 판매하는 재화나 용역에 대한 정보도 전무한 소비자가 입증부족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므로 소비자의 입증부담을 경감시켜 주자는 취지다. ‘입증책임의 전환’과 관련해서는 최근 제조물책임법에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사실을 제조사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입증책임전환 규정이 포함되었지만,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생명 또는 중대한 신체상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해 이번 ‘BMW 사건’과 같이 단순히 제품 자체의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여전히 그에 따른 입증책임은 소비자 쪽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다른 한 편에서는 만약 ‘입증책임 전환’이 어렵다면, 소송을 시작하기 전 소송을 청구한 소비자가 악덕 기업이 판매하는 재화나 용역에 대한 정보라도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영미법 상의 ‘증거개시제도’라도 전면적으로 도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민사소송법의 개정이 불가피한데, 현재 우리 민사소송법에는 부족하나마 ‘문서제출명령’ 제도 등이 그 역할을 부분적으로 대신하고 있어 ‘증거개시제도’ 도입에 대한 동인은 다소 부족한 상태다. 그 밖에도 소비자 소송과 관련해서는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지만, 현재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증권’관련 분야에서조차 활용도가 높지 않아 실제 도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실 소비자 소송과 관련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증책임의 전환’, ‘증거개시제도’ 등의 논의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발생 당시에도 있었지만, 이번 ‘BMW’사태를 수습하는 정부의 대응방안과 마찬가지로 일회성, 전시성 행정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었다. 부디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BMW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의 본질을 찾아 문제점을 발본색원 하려는 노력일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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