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의 중국에 대해 무역협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과도한 관세부과는 물가상승 등으로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미국은 일본·캐나다와 무역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역압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중국 압박에 따른 불안요인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달러인덱스 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와 캐나다 달러의 가치를 높이려는 트럼프의 복합 전략이다.

9일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의 전체 수입액은 4069억5000만달러(약 457조4000억원)다. 전년대비 14.3% 증가한 수치다.

8월 수출액은 전년대비 9.8% 오른 2174억3000만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895억2000만 달러로 20% 늘었다. 중국 무역수지는 279억1000만달러로 지난 7월 280억5000만달러 대비 소폭 감소했다.

8월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는 310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규모가 전세계를 상대로한 흑자규모보다 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로 급락했다. 올초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지지율 상승은 중국의 무역압박과 궤를 같이 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정책 일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무역 재협상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수입제품과 물가상승 변화율 [출처:하나금융투자]

그러나 미국의 소비·IT기업의 공급 밸류체인에는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자국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무역적자는 전기전자가 25%로 가장 높다. 미국의 투자경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부문은 전기전자 제품을 소비하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등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0년 이후 미국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향후 설비투자지출 조사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의 흐름이 유사하다”며 “미국의 전기전자 수입국가 중 1위가 중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 자국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투자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은 캐나다·일본과 무역협상에 나섰다. 중국에만 무역압박을 지속하면 트럼프의 위험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캐나다와 일본은 중국에 비해 무역적자 비중이 적고(캐나다 2%, 일본 8%) 시장 개방도가 높다. 관세보다는 환율을 활용할 여지가 높은 셈이다.

멕시코 페소는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 재협상 이후 가치가 상승했다. 미국이 일본·캐나다와 무역 재협상에 성공하면 달러 가치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고 있는 화폐(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캐나다달러, 크로나화, 프랑화) 중 엔화는 14%, 캐나다 달러는 9%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무역수지적자에서 일본과 캐나다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도 달러 약세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