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강 씨는 얼마 전 바뀌었던 펀드매니저가 또 바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1년 만에 벌써 3번의 교체가 일어난 것이다.

펀드는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해서 3년을 목표로 가입했지만 벌써 2년째인데 펀드수익률은 반토막이 났고 펀드매니저도 5번이나 바뀌었다. 강 씨는 펀드의 보유종목 포트폴리오를 살펴봤다.

이상한 건 펀드매니저가 한 번 바뀔 때마다 펀드의 보유종목도 물갈이가 된다는 것. 처음에는 가치주, 성장주, IT주, 은행주 순으로 교체가 됐는데 하락한 IT주를 팔고 오르던 은행주를 샀더니 IT주가 오르는 등 번번히 뒷북 투자만 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 강 씨는 펀드를 환매하고 다른 펀드로 교체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펀드운용에서 펀드매니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펀드매니저의 재량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 해도 펀드매니저가 교체되면 기존의 포트폴리오가 전부 교체되는 등 고객 입장에서는 수익률 하락에 이어 또 다른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3월까지 3개월간 자산운용사가 공시한 펀드매니저 변동 현황은 우리CS 467건, 교보악사 303건, 미래에셋 201건, 한국투신 161건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교체된 펀드로는 우리퇴직연금주식모, 우리퇴직연금채권혼합 각 10건, 우리LG&GS플러스주식, 산은성장기업특별자산, 아이절세미인고수익고위험채권혼합, 우리CS월드챔프파생상품 각 9건, 우리CS한중지수연계파생상품2, 신한BNPP더드림코브릭스주식자1 각 7건 등으로 펀드매니저가 한 번이라도 바뀐 펀드는 모두 2651건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펀드가 결산되는 3월 말은 관행처럼 펀드매니저가 가장 많이 교체되는 시기다.

업계 관계자는 “3월 말 펀드 결산 후 펀드매니저의 성과에 대한 분배와 평가가 끝나면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내 펀드 진짜 운용하는 매니저는 누구?
최근 증권사들은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를 한 사람만 내세우던 것에서 벗어나 팀제로 운영하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교체는 몇 건인데 공시가 수십 건에 이르는 것도 팀원 중 한 사람만 바뀌어도 그가 속해 있는 수십 건의 펀드에 공시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본부장급이 바뀌면 수백 건의 공시가 뜨기도 한다.

장경호 미래에셋증권 팀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동운용 시스템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며 “투자전략위원회에서 정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따라가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역할은 20~30%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각 펀드수익률의 격차를 줄이고 펀드매니저 혼자 펀드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이는 다른 증권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의 재량이 20~30%밖에 안 된다고 해도 바로 그 때문에 펀드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이수진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팀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실제 운용을 담당하는 사람은 한 사람일 텐데 공개가 안 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교체인지를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펀드매니저 교체, 펀드에는 독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펀드매니저가 바뀌면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데 기존 운용자가 갖고 있던 모르는 종목보다는 자신이 잘아는종목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수료 손실 발생, 펀드손실 확정, 펀드스타일 변화 등 불이익이 많다”고 지적했다.

펀드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면서 기존의 종목을 낮은 가격에 팔고 시장에서 인기 있는 종목으로 갈아타게 되면 손실을 확정해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펀드의 스타일도 변화한다.

예를 들어 가치주 펀드에 가입했는데 포트폴리오 교체 현황을 보면 성장주 스타일 펀드로 변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다.

펀드매니저 교체라는 중요한 사항이 ‘팀’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실제 운용매니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해외에서는 이름을 걸고 운용하는 펀드의 경우 창업자일 가능성이 많아 그만두는 경우가 드물지만 국내는 대주주가 있기 때문에 교체가 잦다”면서 “펀드매니저의 이직이 잦아 이름을 걸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팀제로 운용해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밸류 10년주식, 세이고배당펀드, 신영 마라톤 펀드 등 누가 오더라도 그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펀드매니저가 운용철학을 펀드에 제대로 녹여내고 있느냐를 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