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CJ제일제당이 한국의 대표 전통 발효식품인 장류 세계화를 위한 힘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편의점 장류 시장을 개척해 장류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해외 시장을 겨냥해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을 현지화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40년 전통의 발효기술의 차별화된 연구개발 역량을 토대로 ‘해찬들 장류’를 한식 세계화 대표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일 충남 논산에 있는 해찬들 공장에서 ‘CJ제일제당 R&D TALK’ 행사를 열고 장류를 세계화 대표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찬들 장의 독보적 연구개발 역량과 연구 성과, 장류 세계화를 위한 노력,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장류 생산 공정을 공개하면서 핵심 역량인 발효기술과 철저한 품질·위생관리를 통해 생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 CJ제일제당이 한국의 대표 전통 발효식품인 장류 세계화를 위한 힘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출처=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최근 첨가물 없이 전통장과 원물만으로 개발한 ‘편의점 요리장’을 선보이며 장류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나섰다. 그 동안 축적된 발효기술 노하우와 미생물 제어 기술에 야채 원물이 포함된 제품이 상온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원물 제어 기술까지 접목시켰다. 요리의 즐거움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식문화 창출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특히 이전 장류 제품과 달리 튜브 형태의 소용량 제품으로 보관 편의성을 높여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했다.

전통 장류의 우수한 맛과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세계 최대 식품시장으로 급성장하는 할랄식품 시장 공략을 위해 ‘할랄 고추장’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발효과정에서 자연 발생되는 알코올 성분 저감화 연구에 집중, 성공 시에는 한국전통식품의 할랄 시장 진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장류 균 제어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 기술을 적용한 ‘감균(減菌) 고추장’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 소스 업체에 납품되어 현지 소스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발효식품 내 존재하는 ‘미생물 저감 기술(신살균기술)’을 확보해 국가별로 다른 미생물 법적 규격에 미리 대응할 수 있게 됐다.

▲ 장류 수출물량 추이. 출처= CJ제일제당

감균·알코올 제어로 국가별 특징에 맞춤 소스

CJ제일제당은 국내 장류 1위 기업이라는 사명감과 발효식품의 우수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01년부터 전통 장류의 기능성과 제품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축적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연구개발 강화에 나서며 의미 있는 성과를 속속 거두고 있다. 대표 성과로 제품 속 균을 저감시키는 신살균기술로 개발한 감균 고추장을 꼽을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감균 고추장으로 지난 2016년 말부터 미국과 일본 B2B(기업간 거래)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이 제품은 미국 소스업체인 그리피스(Griffith)와 일본 에바라CJ에 B2B 제품으로 납품되고 있다. 수출환경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고온에서 단기 살균 기술로 장류의 균을 감소시킨 것이 특징이다. 미국 그린피스에 납품되는 감균 고추장은 현지 중식 프랜차이즈인 판다 인스프레스 메뉴에 들어가는 소스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에바라CJ에서 생산하는 간편요리양념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할랄 식품 시장을 겨냥한 할랄 고추장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고 함께 ‘할랄 장류 개발’에 대한 연구 중이다. 장류 발효과정에서 중동국가 수출에 문제 될 수 있는 알코올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통 중 이상발효 현상을 최소화시키는 연구도 마무리 단계다. CJ제일제당은 수출이 까다로운 중동국가에 우리의 고추장이 할랄 인증을 받음으로써 장류 세계화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시장에서도 해찬들 장류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고 영국의 대형 레스토랑 체인인 잇츠(ITSU)와 제휴를 맺었고 초고추장을 입점할 예정이다.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게 새콤달콤한 맛을 강화한 이 제품은 칠리소스를 대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비비고 고추장 소스’와 ‘애니천 고추장 소스’를 판매 중이다.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게 매운맛을 낮추고 당과 산미를 높인 디핑소스(Dipping sauce)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케찹, 마요네즈, 칠리소스 등 찍어먹는 소스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반영해 고추장을 비벼먹는 소스가 아닌 찍어먹는 소스로 용도를 달리했다. 미국에서는 메인스트림인 홀푸드마켓과 아마존에서 판매 중이며 영국에서는 에스닉과 한인채널에 입점돼 있다. 또 쌀 조청을 사용한 해찬들 고추장은 미국 하인즈사에서 만드는 고추장 베이스의 소스 원료로 납품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장류 세계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지만 최근 5년동안 수출물량이 꾸준하게 늘고 있어 충분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아직은 절대적인 수출 물량이 크지 않지만 최근 5년동안 40% 성장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이 활약이 기대된다.

오선미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조미소스팀 수석연구원은 “해찬들은 지난 40년 동안 축적해온 차별화된 발효기술로 우리나라 장류 시장을 이끌어왔다”면서 “변화하는 식문화에 맞게 지속 발전시켜왔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식품인 장류의 맛고 영양학적 우수성을 알리는 데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개발을 지속해 고추장이 K-sauce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별화된 R&D 역량 · 편의형 장류 시장 진출

2000년대 들어서며 집에서 메주를 띄어 장을 담그는 수요가 급격히 줄고 공업화 장류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변화하는 식문화에 맞춰 장류 사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전통 제조방식을 계승한 자동화 공정 기술을 구현하고 CJ만의 우수한 균주를 발굴해 대량생산의 수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장류가 전통적인 발효식품이다 보니 안전성을 고려해 철저한 품질관리 시스템도 보다 체계화시켰다. 이는 발효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유해 균주나 유해물질을 제어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시작됐다. 2005년 해찬들 공장은 장류 업계 최초로 공장 설비단계부터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식품안전과 수출기준에 부합하는 요건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도 국내 장류업체 중 단 5%만 HACCP 인증을 받을 정도로 품질이나 위생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실제로 이번에 방문한 해찬들 논산공장은 공정에서 위생과 품질관리를 위해 사람이 거의 배제돼 있었다.

▲ CJ제일제당은 국내 장류 1위 기업이라는 사명감과 발효식품의 우수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01년부터 전통 장류의 기능성과 제품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축적해왔다. 출처=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해찬들은 2008년부터 연간 2000억원 이상 판매되는 대형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장류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국내 장류시장은 2000년대 초반 1000억원대 규모에서 지난해 3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해찬들 장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제품으로 전통 장류(고추장+된장) 10종과 편의형 장류 12종이 있으며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제품 총 15종이 있다.

건강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염도를 10% 낮춘 ‘덜 맵게 순한 태양초 골드 고추장’을 출시해 급식용으로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해찬들 순한 된장’을 출시했다. 나아가 저당 트렌드에 맞게 당저감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또 지난해 식품 함유 성분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짧고 간단히 표기한 클린라벨을 적용해 대기업이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식품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전통 장류의 우수한 기능성에 대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글로벌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현지화 제품 개발에 한층 더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본의 ‘기꼬망 간장’, ‘태국의 ’쓰리랏차 소스‘, 미국의 ’타바스코 소스‘ 등과 같이 우리 장류를 한국을 대표하는 ’K-Sauce’로 전세계에 전파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