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톡이 최근 8.0 업데이트를 통해 변신을 꾀했습니다. 많이 변했습니다. 상단에 있던 검색창 등 아이콘바가 옮겨졌고 스와이프탭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카카오톡 상단의 갈색 이미지가 사라진 대신 화이트 배경이 등장했어요. 프로필 사진은 원에서 네모로 변경됐습니다. 안드로이드와 iOS 사용자 환경을 통합한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뚝딱뚝딱 프로젝트입니다.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스와이프 기능이 사라져서 불편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쉽습니다. 시각 디스플레이 기능을 기반으로 처티 인터페이스가 차지하는 트렌드가 약해졌어요. 상단의 이미지가 화이트 배경이 된 것도 말이 많습니다. 대부분 '카카오톡 본연의 느낌이 사라졌다'는 반응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자꾸 '카톡'이 '화톡'이 됐다는 말이 나와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 부분을 비꼬는 말이더군요.

카카오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채널탭을 키우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도 중요합니다. 모바일 메신저가 콘텐트 플랫폼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당연한 선택이지만 채널탭의 파괴력을 먼저 키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카카오는 모바일 다음에서 첫 화면을 추천으로 꾸렸으나, 사실 먼저 보이는 것은 아직 뉴스에 그쳐있습니다. 콘텐츠 영향력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를 두고 별로 좋지 않은 말이 나오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용자들이 원하던 기능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단톡방. 어쩔 수 없이 끌려간 단톡방에서 조용히 나가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알람은 미친듯이 오는데 나가는 것은 알리지 않고 조용히 나갈 수 없고, 또 눈치가 보이는 일이 많거든요. 자동 친구 추천 기능은 설정에서 바꿀 수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가장 말이 많은 것은 메시지 삭제. 네이버 라인은 이미 도입했지만 카카오톡은 아직 적용 시기가 미정입니다. 내가 보낸 메시지를 지우고 싶을 순간이 있잖아요? 카카오톡은 그 메시지를 지울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지워도 내 창에서만 보이지 않을 뿐. 카카오는 "메시지 삭제 기능 탑재는 미정이고 상대방이 보거나 보지 않을 때 기능을 지원하는지 여부도 미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만간 지원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만,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빠졌습니다.

▲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출처=카카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의 변신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용자들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정서가 깔렸습니다. 카카오의 철학이 이용자들과 맞지 않는 사례입니다. 여기서 많은 비판이 나옵니다.

곰곰히 따져볼 대목이 있습니다. 카카오의 철학과 이용자들의 요구 중 카카오가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온전히 카카오의 의지입니다. 그리고 이용자들은 싫으면 쓰지 않으면 됩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위력이자 자신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발전한 카카오톡의 강점에 지나치게 비판한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카카오는 믿는 구석이 있어요.

그러나 카카오가 이용자들을 무시하는 플랫폼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카카오 감청 논란 생각나십니까? 당시 카카오는 자기들이 한 순간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이용자들이 실제 망명을 떠나는 장면을 보고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후 나온 대책들은 서슬퍼런 박근혜 정부의 의지와 반하는 감청영장 협조중단이었습니다. 비선실세가 시퍼렇게 눈 뜨고 살던 그 시기, 삼성과 LG도 쉽게 하지 못할 어려운 선택을 카카오는 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들이 특별한 철학으로 움직이는 것,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과 충돌하는 장면은 어쩌면 당연한겁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최후의 순간 사운을 걸고 이용자들을 택했습니다. 물론 감청영장 협조중단이 카카오의 철학과 이용자의 요구가 부합되는 지점이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하는 기업이 카카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번 업데이트에 과도한 비판을 하지 말고, 기다린다는 생각으로 믿어 보자고요. 그들은 시퍼런 수사 당국의 압박과 이용자들의 열망 중 후자를 택한 경험이 있습니다. 조금씩이지만, 카카오는 뭔가 답을 할 겁니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카카오의 의지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싫다면 떠나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