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축유 방출 등으로 유가를 낮추는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미국 기업가들의 이익 개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트럼프 지지층 대부분이 에너지소비가 많다는 점은 낮은 유가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다.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최근의 ‘급락’이다. 지난 2016년 대선을 도왔던 최측근인 마이클 코언과 폴 매너포트가 선거법 등 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3월부터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시기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러한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잃어버린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유가를 원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기업가들의 이익 개선을 위해서다. 미국이 원유 생산 규모를 늘리긴 했으나 여전히 순수입국의 위치에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2011년 대비 현재 원유 생산은 일평균 543만배럴 늘었다. 같은 기간 원유 수입은 일평균 141만배럴 감소하는데 그쳤다.

미국 정제시설이 경질유로 분류되는 서브텍사스유(WTI)보다 중질유를 처리하는 데 집중된 탓이다. 정제시설을 새로 설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 내 원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유와 달리 석유제품은 2011년 6월부터 순수출로 전환됐다. 정제업자는 유가가 낮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S&P500의 석유·천연가스 정유업종의 시가총액은 채굴업종 대비 24배 규모다. 유가를 낮추는 것이 트럼프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낮은 유가는 무역전쟁에 따른 수입물가 압력도 낮춘다.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는 만큼 유가를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은 중간재와 자본재 500억원 규모에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중 38%를 차지하는 소비재가 추가 관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미국의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8% 올랐다. 2012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다만, 석유류를 제외한 수입물가는 1.3% 상승에 그쳤다. 관세보다는 석유가격 상승이 전체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0억달러 규모의 소비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한유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51개주 중 에너지 소비가 전체 평균을 넘는 곳은 15개주”라며 “이중 11개주가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석유 소비를 많이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는 유가 안정화를 통해 중간 선거에서 승리를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유가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이 강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됐다. 트럼프가 유가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