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명절이 괴로운 사람은 한둘이 아니지만, 특히 애인이 없는 솔로들에게 명절은 가시방석이 아닐 수 없다. ‘그래가지고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애는 언제 낳을 거냐’라는 달갑지 않은 잔소리를 피하고 싶은 솔로들이 정처 없이 길거리를 헤매는 일이 없도록, <이코노믹리뷰>가 솔로들을 위한 추석맞이 장소 10곳을 준비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놀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

 

◆ 여의도 한강 공원

서울의 한복판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한강 공원이다. 빌딩으로 가득한 여의도로 가는 것이 왠지 출근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적당한 긴장감은 놀이의 즐거움을 더 높여주는 법이다. 탁 트인 한강을 보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원효대교 밑의 크루즈에서 식사도 하며 호사를 누리자. 한강의 낭만 오리보트 역시 반드시 두 명이 타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니, 혼자서 오리보트에 올라 발을 구르며 물놀이를 만끽하는 것도 좋다. 밤에는 서울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려 화려한 볼거리들이 제공된다.

위치 :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3번 출구

 

◆ 남산

완만한 높이의 산책길과 케이블카, 계단 등 오르는 방법이 다양한 남산은 ‘등산을 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적당히 산을 즐기기에는 적합한’ 곳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남산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며 땀을 빼는 것도 좋고, 케이블카를 타고 도시의 전경을 즐기는 것 역시 혼자 재미있게 노는 방법이다. 정상에 도착하면 전망대가 있는 N서울타워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 철조망에 걸린 무수한 ‘사랑의 자물쇠’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로 여기자. 남산 아래에는 돈가스 등 맛집들도 많아 허전한 마음을 달래준다.

위치 : 버스, 케이블카, 시티투어버스 등 출발 지점과 교통편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다양하다. N서울타워를 목적지로 두고 출발하면 된다.

 

◆ 한남동 블루스퀘어

▲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 출처=EMK

블루스퀘어는 뮤지컬과 콘서트 등이 열리는 공연장과 7만5000여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북파크, 탁 트인 남산 전망의 테라스가 있는 카페 등이 있다. 추석 기간에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가 공연한다. 혼자 공연을 즐긴 뒤 여운에 잠겨 북파크에서 책을 읽거나, 카페에 앉아 차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근처 한남동은 이국의 분위기가 맴도는 곳으로, 혼자 돌아다녀도 쓸쓸하지 않을 만큼 독특한 장소들이 많다. 즉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은 혼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인 것이다.

위치 :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2·3번 출구

 

◆ 홍익대학교

이른바 ‘젊음의 거리’로 대변되는 홍익대학교 인근은 혼자서 발을 들이기 겁날 수도 있다. 서교동, 연남동, 망원동 등 동네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그러나 혼자서 놀기에 오히려 더 좋다. 혼자서 식사하는 사람들, 혼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과 술집이 주로 여기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혼밥, 혼술을 더 환영하는 가게도 많다. 이외에도 플리마켓, 북카페, 골동품점, 다양한 공방 등이 있어 결코 심심할 새가 없으며, 일명 ‘연트럴파크’인 연남동 숲길을 걷거나 버스킹 공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치 :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합정역

 

◆ 대학로

▲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연극 <스캔들>의 배우들. 가운데 남성은 배우 김승현이다. 출처=원패스엔터테인먼트

연극 공연장이 모여 있는 대학로를 방문한다면, 적어도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일은 없어진다. 미리 예매하지 않아도 당일 표를 사서 볼 수 있는 연극들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대학로를 걷다 보면 공연 관람을 권하는 사람이 많은데, 힘들게 발품을 팔기보다는 이들에게 대학로에서 열리는 공연들이 일목요연하게 적힌 목록을 받아 그중에서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쉬어 매드니스> <옥탑방 고양이> <룸넘버 13> 등 오랫동안 유명세를 탄 공연을 아직 보지 않았다면, 이번 추석에 한번 도전해보자. ‘문화생활을 즐기는 교양 있고 매력적인 솔로’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단, 대학로의 대부분 공연장은 월요일에 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위치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 영화관

▲  영화관 CGV 홈페이지. 출처=갈무리

영화관은 나들이 장소로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다. 이번 추석에는 영화관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CGV에서는 추석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는데, 본래 11만원인 영화 관람권 11매와 콤보 2000원 할인권 5매를 9만원에, 영화 관람권 4매와 CGV 콤보 교환권 1매·스낵 콤보 교환권 1매·팝콘 교환권을 5만원이라는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9만원짜리 패키지를 구입하면 주말과 대체휴일까지 합쳐 5일간의 추석 휴일 동안 매일 영화를 2편씩 볼 수 있는 것이다.

롯데시네마에서는 추석 연휴 동안 세계 최고라 불리는 오페라 하우스 로열 오페라의 <카르멘> 실황을 볼 수 있다. 샤롯데관은 4만원, 일반 상영관은 3만원이라는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 가격이지만, 실제 현장을 방문해서 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합리적이다. 20대 이하의 관객에게는 1+1의 혜택도 제공한다.

 

◆ 야구장

야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응원가를 부르고 구호를 따라 외치는 등 ‘야구장 문화’에 젖어들다 보면 어느새 외로움 따윈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치킨과 맥주 등 야구장에서 먹는 음식들 역시 평소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추석에 만날 사람이 없다’며 쓸쓸하게 야구장에 입장했다 할지라도, 그곳을 나오는 발걸음은 활력으로 가득 찰 것이다. 추석 연휴의 야구 일정은 22·23일 잠실 경기장에서 Kt-LG, 고척 경기장에서 SK-넥센의 경기가 있으며, 25·26일 잠실 경기장에서 넥센-두산, 고척 경기장에서 LG-SK의 경기가 있다.

위치 : 잠실 경기장-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 고척 경기장- 지하철 1호선 구일역

 

◆ 만화 카페

▲  만화카페 '놀멘서가'에서 독서하는 사람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과거 유해 장소로 여겨졌던 만화방은 요즘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만화방에서 만화 카페로 바뀐 이름만큼 친근하고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이곳에서는 식사와 휴식, 독서까지 안락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 카페의 수요가 늘면서 그 수도 많아졌고,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등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다. 불편하게 서서 독서를 해야 하는 서점보다는, 마치 안방처럼 쾌적하고 편하게 만화를 볼 수 있는 만화 카페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 중 하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만화를 즐기다 보면, ‘진정으로 보람찬’ 휴식을 하고 있다고 절감하게 될 것이다.

 

◆ VR 게임방

▲   VR 게임방 '브라이트 VR 테마파크'에서 VR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게임방이 새로운 놀이장소로 환영받고 있다. VR 게임방은 2016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현재 전국에 200여곳이 생길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다양한 가상현실 속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만큼은 ‘솔로라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다. 여러 명이 즐기는 VR 게임도 있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VR 게임도 많다. 자주 하는 PC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 질렸다면 VR 게임에 한 번 도전해보자. VR 게임방에 다녀온 이들은 의외로 체력 소모가 많아서 운동이 된다고 증언한다.

 

◆ 피트니스 센터

기름진 음식을 과다섭취하게 되는 추석 연휴에는 급격하게 살이 찌기 쉽다.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는 ‘솔로의 특권’을 체중감량에 적용해보자. 명절이라는 핑계로 게을러지기 쉬운 대다수의 사람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휴일이 끝나고 ‘살이 쪘다’며 하소연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날씬해진 몸을 드러낸다면, 그간 솔로로서 겪었던 설움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운동을 하면 몸 속의 노폐물이 배출되면서 피부가 깨끗해지고, 외모도 더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모처럼의 여유 시간을 건전하게 보냈다는 뿌듯함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일석삼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