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비슷한 스펙의 1차 서류전형, 형식적인 2차 필기시험, 틀에 박힌 3차 면접. 최근 전통적인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회사에 필요한 역량을 가려 지원자를 선발하려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은 저마다 기업 특색에 맞는 인재를 가려내기 위해 독특한 면접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인사 담당자들과 현업 담당자들이 전통적인 채용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뽑는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모아지면서 기업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서류전형 AI 도입, 요리면접, 미각면접, 젓가락면접, 1일 근무 체험 면접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는 채용도 인공지능(AI)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이색 면접을 보는 기업들이 많이 늘었지만 올해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AI)기술의 도입이다. 대기업들이 신입 공채에서 한국사 등 인문소양이나 상식평가를 줄이고 대신 직무검증과 인공지능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 채용을 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자동차, CJ, 롯데 등이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자기소개서 분석 지원 시스템을 도입한다. 서류 평가의 객관성과 변별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시스템을 활용하면 자기소개서 속에 있는 지원자의 특징적인 문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지원자 성향에 따른 직무 적합도 판별 가능하다는 것이 기아자동차 측의 설명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동일한 문장이 반복되거나 타사에 제출한 자기소개서 등을 그대로 활용한 불성실한 지원자도 식별해낼 수 있다. 영어 성적이나 학벌 등의 취업 스펙이 아니라 지원 부문과 직무에 대한 지원자의 역량과 열정을 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도입함으로써 전형 기간을 단축해 지원자들의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다”면서 "평가위원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히기 좋게 AI가 빨간색, 노란색 등 색깔로 하이라이팅을 해주는 시스템으로 지원자의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CJ그룹도 CJ제일제당 등 8개 주요 계열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하고 서류 접수에 처음으로 인공지능시스템을 도입한다. 또 업계 처음으로 AI챗봇 서비스를 선보인다. 입사 지원자들은 CJ그룹 채용 홈페이지나 모바일 홈페이지에 CJ지원자 도우미 챗봇 서비스를 이욯애 24시간 실시간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롯데는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서류전형에 AI를 활용한다. AI가 자기소개서를 보고 지원자가 조직과 직무에 적합한지를 평가한다. 상반기엔 5개 계열사가 시범 운영했고 하반기에는 전 계열사에 도입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잡(job)매칭시스템을 선보인다. 광주광역시는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달 23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18 광주권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AI잡매칭시스템이 첫선을 보인다. AI가 구인기업의 역량검사를 통해 구직자와 기업을 온라인상에서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구직자가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등록하면 AI가 구직자의 역량에 가장 적합한 직무를 찾아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온라인 면접’을 한다. 구인기업이 기업에 필요한 직무역량을 시스템에 등록해 놓으면 최종 인공지능이 최적의 매칭결과를 구직자와 기업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인공지능 잡매칭시스템이 구축되면 면접관의 주관적인 평가가 아닌 과학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구직자에게 일자리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기업은 스펙 위주의 선발이 아닌 과학적인 블라인드 채용 성과를 낼 수 있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 부응하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일자리 박람회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구직자의 정보부족으로 생기는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론 직업훈련 등 교육과정으로 역량·기술 간 부조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틀에 박힌 전통 채용방식 깬 ‘이색면접’
제빵업체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는 ‘관능(官能)테스트’를 2004년부터 도입했다. 이는 식품에 대한 관심도와 이해도를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 테스트는 유리잔에 담긴 ‘설탕물의 농도 5단계 구분하기’와 같은 미각·후각 테스트다.
SPC 관계자는 “식품에 대한 감각과 기본적인 이해를 갖춘 사람을 뽑기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식품기업 팔도 역시 2013년부터 팔도의 여러 라면제품을 먹어보고 토론하는 ‘라면 시식 면접’을 운영하고 있다. 세 가지 라면을 시식한 후 맛에 대한 평가와 개선점을 토론한다. 지원자가 평소 회사 제품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마케팅 아이디어를 평가하기 위함이다.
발효전문 기업 샘표의 면접전형에는 요리면접과 젓가락면접이 포함돼 있다. 단순히 이색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원자가 샘표의 기업 철학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식품회사 임직원으로서 요리에 대한 기본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고 우리 맛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직원들 스스로 한국 요리의 을 이해해야 한다’는 박진선 대표이사의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면접관으로는 현업에서 근무하는 입사 2~3년차 선배들이 참석한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최초 ‘젓가락 면접’을 도입했다. 젓가락을 잘 사용해야 우수한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면접 대상자들에게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 동영상을 미리 보내준 후 젓가락을 올바르게 사용하는지와 지원자의 태도를 관찰하기 위함이다.
샘표 관계자는 “요리면접에선 창의적이고 전략적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콘셉트의 기획부터 요리를 완성하기까지 전반 과정에서 팀워크가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를 본다”면서 “또 최종 결과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지 관찰하면서 일반 면접에서 알 수 없는 지원자의 성향과 태도를 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러쉬(LUSH)는 실무진이 직접 면접에 참여하는 이색면접을 한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바로 윗선배인 막내 사원인 것이다. 이는 실무자가 같이 일하게 될 직원의 능력을 평가하려는 취지다.
최근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가 기술부문 신입사원 공개채용 모집을 공개했다. 여기서 단연 돋보인 것은 ‘Feel the TAOST(일일 근무체험 면접)’다.
Feel the TAOST는 NHN엔터의 특화된 채용 프로그램으로 지원자가 회사 생활을 먼저 경험해 보는 일종의 일일 근무 체험 면접이다. 지원자가 현재 근무 중인 선배 직원들과 같은 시간에 출근해 자신의 자리를 배정받고 하루 동안 기술과제 수행과 피드백을 받는 등 회사 생활을 체험한다.
NHN엔터 관계자는 “이 채용 프로그램은 같은 날 별도로 운영되는 기술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의 기술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