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White Collar) 범죄라고 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탈세나 주가조작, 횡령 등을 떠올린다. 미국에서는 화이트칼라 범죄 하면 ‘폰지 사기’나 ‘매도프 사기’가 대명사처럼 붙어 다닌다.

폰지 사기는 투자자가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여서 이들의 돈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의 금융 피라미드 사기를 말하는데,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매도프 사기 역시 금융 피라미드 사기로 부자들에게 고수익을 돌려준다고 약속한 뒤 원금을 받은 돈으로 마치 수익을 남긴 것처럼 이윤을 돌려주다가,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에 결국 사기였음이 발각됐다.

매도프는 이 금융사기로 100년이 넘는 형량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정확한 법률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범죄자라고 하면 연상하는 소외층이나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아닌, 사회지도층인 화이트칼라에 속하는 사람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지위와 권력을 남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폭행이나 살인 등과 같이 신체적 폭력을 가하지 않는 범죄가 대부분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죄책감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처벌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이어서 최근 미국에서 ‘핑크칼라(Pink Collar)’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하는 사람들도 핑크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핑크칼라 범죄는 화이트칼라 범죄와 유사하게 신체적, 물리적 폭력이 수반되는 범죄라기보다는, 남을 속이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등 횡령이나 도용을 통한 범죄로 여성이 저지르는 범죄를 일컫는다.

핑크칼라 범죄라는 이름까지 붙게 된 것은 여성들이 저지르는 횡령 및 사기 범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범죄의 경우 대부분의 범죄 가해자가 남성이라 여성은 범죄 용의자로 고려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난 1990년 이후 남성이 저지른 횡령 등의 범죄는 4%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여성이 가해자인 범죄는 무려 40%가 넘는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핑크칼라 범죄라는 명칭은 1980년대 범죄학 교수인 캐슬린 데일리가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사회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여성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패턴을 일컫으면서 시작됐다.

화이트칼라 범죄가 주로 사회적 지위가 있고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저지르는 범죄라면, 핑크칼라 범죄는 파워가 없는 위치의 사람이 저지르는 작은 규모의 범죄다. 성별보다는 사회적 지위와 관련이 더 깊은데, 대체로 조직에서 낮은 직위를 맡고 있는 것이 여성이다 보니 여성들의 범죄를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사기 관련 전문조사기관인 국제공인부정조사관협회(Association of Certified Fraud Examiners)에 따르면 남성들이 주로 저지르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금액 규모는 15만6000달러이지만 여성들이 가담하는 핑크칼라 범죄는 그 절반 수준인 8만9000만달러가 평균이다.

여성들의 범죄는 남성보다 규모가 현저히 적은 반면 빈도가 잦은 것이 특징이다.

핑크칼라 범죄자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옆집 이웃이거나 같은 학교의 학부모, 혹은 동네 상점의 주인 등 아주 평범한 여성들이 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 범죄자로 변한다고 한다.

핑크칼라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를 모티브로 한 TV 드라마 시리즈도 등장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동네 친구들이, 자신이 일하는 슈퍼마켓을 털려다가 엉뚱하게 마약거래상들에게 휘말려 고통을 겪는 내용이다.

또 다른 TV 프로그램은 아예 핑크칼라 범죄에 가담했던 여성들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이 각박해지면서 더욱 다양한 범죄가 늘어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