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IT 스타트업 분야에서 규제의 칼날이 여전합니다. 규제를 풀어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규제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지는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남은 시간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법률특허분과 단장인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가 5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저서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출간기념 토크쇼를 열었습니다. 규제 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온 가운데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들려주는 일화가 흥미롭습니다. 일명 공유경제 기본법 '막전막후'입니다.

공유경제 기본법은 국내에 공유경제와 관련된 법적 지원체계가 전무한 가운데 혜성같이 등장한 '가뭄 속 단비'와 같습니다. IT 스타트업 진흥에 관심이 많은 김 의원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논란도 있었습니다. 특히 카풀 문제를 둘러싸고 택시업계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김 의원이 지난해 11월20일 카풀 서비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었지만 택시기사들의 난입으로 결국 파행됐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은 5일 토크 콘서트에서 '긴박했던 순간의 막전막후'를 공개했습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당시 공청회를 준비하며 처음에는 카풀 업체를, 다음은 택시업계를, 마지막에는 모두를 불러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20일 첫 공청회를 열자 택시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속 노조원 100명이 몰려와 결국 행사는 파행됐습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은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고, 유권자 41과 51이 있다면 51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각오를 하고 이에 반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엄청난 반대에 직면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당시 택시4단체 노조원들이 공청회에 들어와 의자를 모두 책상에 올려 참석자들이 앉지도 못하게 했다. 이들이 '김수민 사퇴하라'를 외치는 사이 국회 시큐리티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합니다. 김 의원은 결국 공청회장에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이후에 벌어진 일도 흥미롭습니다. 김 의원은 공청회가 불발된 직후 카풀 사업자들과 정부 부처 관료들을 의원실로 따로 불러 티타임을 가졌다고 합니다. 공청회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나누는 한편 향후 일정을 논하려는 자리였다고. 그런데 티타임을 마친 관료가 지나가는 말투로 "용감하시네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 의원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택시업계의 역린을 건든 내가) 무식하다는 뜻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웃었습니다.

▲ 왼쪽부터 김미균 시지온 대표,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구태언 변호사, 류준오 보맵 대표, 최성진 코스포 대표가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공유경제 기본법이 발의된 후에도 해프닝이 있었다고 합니다. 김 의원은 "오전 6시에 출근한다. 어느날 화장도 하지 않고 급하게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백미러를 힐끔 보며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말하더라"면서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아세요?'라고 물으니 공청회 무산 후 나에 대한 정보와 사진이 택시기사 단체 채팅방에 올라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약간 섬뜩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옆에 앉아있던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대박'이라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공유경제 기본법을 발의한 후 법안 통과를 위해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 '어떻게 해야 법안이 통과되겠는가'를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러웠다는 후문입니다. 김 의원은 "관련 부처 장관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질문했지만 누구 하나 뚜렷하게 대답하지 않았다"면서 "장관들은 방법론 자체에 생각이 아예 없어 보였다"고 토로했습니다.

최근 IT 스타트업 분야 최대 규제 중 하나가 모빌리티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풀러스는 무너지고 있고 럭시는 카카오에 인수됐습니다. 택시4단체는 카풀 논란과 관련해 한때 인터넷기업협회와의 대화 가능성을 제기하다가 최근 강경투쟁 일변도로 돌아섰습니다. 해결의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여기에 김수민 의원이 들려준 공유경제 기본법 막전막후를 들으니 더 암담해지는 느낌입니다.

시간이 없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김 의원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단순 입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규제 개혁이 무조건 능사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최소한의 고민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 개정안이 아닌, 국회에 없던 새로운 법안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어정(어쩌다보니 정치인) 김수민 의원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