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와인과 올리브유로 대표되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푸드테크(Food Tech)가 스타트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의 푸드테크는 주로 음식 주문·배달 서비스에 집중한 반면, 최근 이탈리아의 푸드테크 산업은 식품 생산·가공과 신선도 확인, 소비자 맞춤형 식품 제조 등 응용범위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으로 와인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보관하고, 자기가 직접 선택한 유기농작물을 직영농장에서 재배·수확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배달받는 등 이탈리아의 푸드테크 산업은 꽤 흥미로운 측면이 많다.

▲ YouFarmer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고객이 원하는 유기농작물 선택부터 재배관리, 수확까지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YouFarmer 공식 트위터

고객 니즈 맞춰 식음료 산업에 첨단 IT 접목한 이탈리아 푸드테크

이탈리아 경제개발부와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CB Insight, KOTRA 밀라노무역관 등의 발표자료와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이탈리아 정부가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저성장, 청년실업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청년창업 지원정책 ‘성장 2.0(Crescita)’을 도입하면서, 스타트업 창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탈리아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식음료산업에 각종 기술이 접목된 푸드테크가 스타트업 창업의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 푸드테크 산업 분야는 크게 식품 생산·가공, 운송, 보관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객 니즈(Needs)에 맞춰 식품 신선도·안전성의 실시간 확인, 소비자 취향의 맞춤형 식품 제조 서비스 등 응용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기술 접목 방식도 드론과 로봇, 센서는 물론 사물인터넷(IoT)과 위치기반 서비스, 빅데이터 등 IT를 활발하게 적용 중이다.

이에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기업인 SBC(Startupbootcamp)가 로마에 세계 최초로 푸드테크만을 위한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스타트업에 초기자금·인프라·멘토링 등을 종합 지원하는 벤처육성기업)를 설치하는 등 이탈리아의 푸드테크 산업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 와인에 사물인터넷 기술에 접목된 Wenda의 디바이스. 출처=Meccanismo Complesso
▲ wenda는 어플리케이션과 IoT 디바이스를 통해 와인의 최적 보관온도와 품질 등을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출처=Meccanismo Complesso

와인 최적의 상태 유지하는 웬다의 IoT 디바이스

그렇다면 현재 이탈리아 푸드테크 산업에서 ‘뜨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은 어디일까? 와인과 IT 기술을 접목한 ‘웬다(Wenda)’와 바쁜 도시민을 겨냥한 개인정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파머(YouFarmer)’, 가정에서 직접 올리브유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리보일루션(RevOILution)’ 등이 대표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웬다는 제품 선적과 보관 단계에서 온도·습도·충격·상자 파손·전복을 추적하는 사물인터넷(IoT) 장치를 개발해, 이를 와인에 접목한 스타트업이다. 와인의 병목에 IoT 센서가 달린 디바이스를 붙여 와인의 온도와 품질, 상태(Condition)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보여주는 것이 웬다의 핵심 기술이다. 이를 통해 맛·품질 등 와인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웬다 디바이스의 최고 장점이다.

▲ Wenda의 와인 디바이스. 출처=Meccanismo Complesso

귀도 로씨(Guido Rossi) 웬다 세일즈마케팅 담당자는 “처음에는 와인 제조업자들이 고급 와인병에 IoT 장치를 부착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마시기 좋은 와인의 적정 온도와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고객들에게 높이 평가받으면서 신기술에 보수적인 고급 와인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와인에 IT 기술을 접목한 웬다는 지난 5월 글로벌 물류회사 머스크(Maersk)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록스타트(Rockstart)가 공동 선정한 ‘전 세계 10대 유망 푸드테크(Agrifood Tech) 스타트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 YouFarmer의 유튜브 공식 채널 화면. 출처=puregreenmagazine

스마트폰으로 유기농작물 선택·생산·수확… 대리 농장체험 제공하는 유파머

스마트폰을 통해 가상으로 농장을 경영하면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타이니팜’이나 ‘스타듀밸리’와 같은 농장 게임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탈리아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유파머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지정농장에서 위탁 재배한 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원하는 장소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소비자가 마치 개인 텃밭(혹은 정원)에서 직접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해주는 게 특징이다. 최근 웰빙과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직접 작물을 재배할 시간과 공간이 부족한 도시민을 겨냥한 신개념 서비스로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기가 원하는 유기농 재배작물 선택을 할 수 있고, 일주일에 비료를 얼마나 주고 수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다. 재배상황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 취향에 따라 텃밭을 1~2인(주당 수확량 5~6㎏), 3~4인(10~11㎏), 5~6명(17~18㎏)으로 구분해 선택할 수 있다.

유파머는 2020년까지 이탈리아 모든 주(州)에 있는 농장과 제휴를 맺고 5만 가구 이상을 유파머의 ‘개인 텃밭’ 소유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 RevOILution의 가정용 올리브유 제조기 EVA. 가정에서 쓰는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단 20분이면 200㎖의 올리브유를 직접 짜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출처=sanomangiare

집에서 간편하게 건강한 올리브유를 맛볼 수 있는 리보일루션의 EVA

이탈리아는 연평균 70만t 이상의 가정용 기름을 소비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심혈관 예방에 좋은 건강한 고급 올리브유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시장에서는 건강식품을 구매하는 것 못지않게 직접 집에서 건강식품을 만들어 먹는 트렌드(Self-Production)가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리보일루션은 3년간 6번의 시제품 테스트를 통해 가정용 올리브유 제조기인 EVA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 RevOILution의 가정용 냉동 올리브유 펄프. 출처=sanomangiare

소비자는 마치 요즘의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처럼 EVA를 통해 취향에 따라 7종류의 냉동 올리브유 펄프를 선택하고, 단 20분이면 집에서 직접 다양한 맛과 개성을 지닌 200㎖의 올리브유를 일 년 내내 생산·사용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올리브 펄프를 생산한 농장과 재배현황, 품질상태 등 생산부터 공급까지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EVA의 올리브유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알 수 있다.

리보일루션은 앞으로 이탈리아 전역 6000여개 이상의 올리브 농장과 제휴를 맺고,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맞춤형 올리브유 펄프 종류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