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에 커다란 변화가 벌어질 전망이다. 오는 11월 폴더블 스마트폰 공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도입되지 않은 신기술이 대거 탑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가 전반기, 후반기 나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패턴을 바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가운데 삼성전자 갤럭시의 변화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4일(현지시각) 미국 CNBC 인터뷰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을 두고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장성을 확인했으며 "지금 폴더블 스마트폰을 제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언제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CNBC는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 회의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부인했으나, 업계에서는 늦어도 내년 초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등판을 예상하고 있다.

▲ 고동진 사장이 인도 갤럭시노트9 출시행사에 나서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화웨이와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에 나서고 있다. 레노버를 중심으로 일부 기업들이 폴더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테스트 단말기 수준이다. 화웨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함께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했으나 물량은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결단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갤럭시F다. 고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철학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펼쳤을 때 기존 단말기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삼성전자가 왜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플립폰과는 차원이 다른, 단말기를 접었을 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 시리즈를 통해 처음으로 엣지 디스플레이를 도입, 시각 사용자 경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노하우가 있다. 터치 기반의 시각 디스플레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변화 모두 잡아낸 사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F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폴더블 스마트폰 공개와 함께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고 사장은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와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먼저 신기술을 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업에 신기술을 도입한 후 후속 중저가 라인업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갤럭시노트에 최신 기술을 넣은 후 후속으로 나오는 갤럭시A에도 이어가는 전략이다.

고 사장의 전략은 기존 제조사의 전략과 180도 다른 파격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시장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신진시장인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아직 중저가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넣는 방식을 통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좌우하는 중국 제조사들과 점유율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신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인도 시장은 프리미엄의 삼성전자와 중저가의 샤오미가 치열한 격전을 펼치는 곳이다. 샤오미가 최근 스냅드래곤845가 들어간 포코F1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최신 기술을 넣어 맞불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가격이다. 포코F1 가격이 최대 46만에 불과할 정도로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넣은 후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고 사장은 인도에서 열리는 갤럭시노트9 출시행사에 직접 참가하는 등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수익이 낮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수익의 80% 이상을 프리미엄의 애플이 독식하는 이유는 중저가 스마트폰의 낮은 수익성이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중국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을 초연결 시대의 단말기로 지정해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는 쪽으로 선회했다. 대표 사례가 샤오미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한 미유아이 운영체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스마트폰은 물론 각종 생활가전 제품을 말 그대로 찍어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도입하며 가격을 낮추고 점유율 경쟁에 돌입하면 샤오미처럼 소프트웨어 파워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이 느슨해지며 자체 운영체제와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단말기의 확산이 필수며, 갤럭시 중저가 스마트폰의 전략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유리한 판을 끌고갈 여지도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1위 기업 아마존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알렉사와 코타나의 연동을 추진한 이유는 구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생태계를 품어가는 한편 하드웨어 스피커 에코에만 의존하는 알렉사의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깔렸다.

삼성전자의 강점이 하드웨어 제조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8월3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 현장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5G 기술이 만드는 초연결 시대에는 사람들의 일상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 될 것“이라면서 “이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하드웨어 단말기를 제작하는 삼성전자는 강력한 오프라인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며, 굳이 오픈 생태계를 통해 외부 파트너와 '몫'을 나눌 필요가 사라진다. 삼성전자의 플랫폼 전략을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용하면, 단말기 이상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신기술 우선 탑재 전략은 밀레니얼 시대를 겨냥한 로드맵으로도 설명된다. 주머니 사정이 나쁜 밀레니얼 세대에게 최신 기술을 탑재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제공, 구매의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공개를 통해 특정기간 예열을 거친 후 이를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격상한 후,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혈경쟁을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며 초연결 생태계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으로, 갤럭시S 시리즈를 일반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브랜딩한 전략의 변화가 재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