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연구진이 국내 당뇨병 유전자 연구 중 최대 규모인 한국인 1만 7000여명 유전자를 분석해 특정 유전자 변이를 발견해 국내 당뇨병 정밀의료의 기틀을 마련했다.

곽수헌·박경수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4일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게 특정하게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를 처음으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당뇨병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약 501만명이 앓고 있는 대표 만성질환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당뇨병 사망률이 다섯 번째로 높은 나라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인 당뇨병 환자 7850명과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한국인 9215명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했다. 연국팀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방법으로 73만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이중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 변화를 일으키는 변이를 중점으로 살폈다. 단백질은 긴 아미노산 서열 구조로 구성됐다.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해당 유전자 정보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구조에 일부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정상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쳐 당뇨병, 치매, 암 등 각종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혈액 속의 포도당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 분화에 관여하는 PAX4 유전자의 변이와 당뇨병 주사 치료제로 사용하는 인크레틴 호르몬 수용체인 GLP1R 유전자의 변이가 한국인 당뇨병 발병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 곽수헌, 박경수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이 발견한 한국인 당뇨병 발병에 특정한 기능 유전자 변이 구분. 출처=서울대학교병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PAX4 유전자의 192번째 단백질 아미노산이 아르기닌(단백질을 구성하는 한 요소)에서 히스티딘이나 세린으로 바뀌면 당뇨병 위험이 약 1.5배 높아졌다. 이 변이 빈도는 한국인에서 각각 8%(히스티딘)과 4%(세린)였으나, 유럽인에게서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GLP1R 유전자의 131번째 단백질 아미노산이 아르기닌에서 글루타민으로 바뀌면 오히려 당뇨병 위험이 0.86배 낮아졌다. 이 변이 역시 한국인에게서 21.1% 확인됐지만, 유럽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인 당뇨병 환자 중 PAX4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당뇨병 발병 연령이 낮았고, GLP1R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심장, 뇌혈관질환이 적게 발생했다.

연구를 수행한 박경수 교수는 “한국인 당뇨병 발병에 특정한 유전자 변이를 발견해, 한국인 당뇨병 정복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곽수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당뇨병 예방과 맞춤 치료를 앞당길 것이다”면서 “당뇨병 등 만성질환 정밀의료 데이터 실제 임상현장에 적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이 수행한 연구는 한국인 당뇨병 원인과 특성을 규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