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삼성전자는 유럽 소비자의 감성 공략을 위해 런던에 유럽 디자인 연구소를 2000년에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삼성전자의 3번째 해외 디자인 거점으로 플리트 플레이스(Fleet Place)에 위치하고 있고 4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근무하고 있다.

▲ 펠릭스 헤크 삼성 유럽디자인연구소(SDE)장이 게이밍 노트북 오디세이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3일(현지시간)오전 방문한 삼성 유럽 디자인연구소(SDE)는 다소 한가한 모습이었다. 칸막이가 없이 탁 트인 공간에 20여명가량의 직원이 각자의 업무를 하고 있었다. 펠릭스 헤크 삼성전자 유럽 디자인 연구소장은 기자에게 “원래 사무실에 40여명이 꽉 차서 일하는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독일서 열리고 있는 가전전시회 IFA 2018에 간 인력, 트렌드를 연구하러 어디론가 출장을 간 인력 등이 있어서 언제나 한적한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만의 특이점은 IT·가전과는 전혀 다른 건축, 가구, 인류학 등 다양한 영역의 트렌드를 분석해 전사 디자인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트렌드랩’을 운영해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전자 제품 디자인을 위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트랜드랩은 5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고 인류의 미래 생활상을 예측해 디자인을 제안하고 있다.

한  현장 관계자는 솜사탕이 담긴 컵 안에 무알콜 스파클링 와인을 따라 준 것을 기자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와인이 솜사탕과 반응하면서 올라오는 거품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보라는 것이다.

▲ 까밀 해머러 삼성 유럽디자인연구소 트렌드그룹장이 SDE의 트렌드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까밀 해머러(사진 위) 삼성 유럽디자인연구소 트렌드그룹장은 “2013년부터 트랜드랩을 설치했고 재작년부터 젊은 세대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트렌드를 연구해 예측하는 것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고 큰 가전제품에도 큰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머러 그룹장은 “유동적인 삶(People living in flux)’가 핵심이라고 본다”면서 “요즘 젊은세대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하루에 2억개의 음식이 올라오는 등 그들만의 트렌드가 있어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SDE에서 자랑하는 삼성전자 제품의 디자인은 게이밍 노트북 ‘오디세이’다. 헤크 소장은 “이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PC사업부에서 먼저 차별을 위해 브랜드를 찾아왔고 이를 바탕으로 남성적 느낌 보다는 중성적 느낌이 들게끔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해 ‘뉴 오디세이’ 디자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3D 프린터도 있다. 그때 그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을 실제 제품에 구현해 보기 위함이다. SDE관계자는 “3D 프린터는 주말에도 멈추지 않을 정도로 이곳 직원들의 디자인 연구 열의는 매우 크다”고 말헀다.

융복합 인재 채용의 산실 SDE

삼성 유럽 디자인 연구소는 융복합 인재를 채용한다. 디자인 외 인문학·경영학·패션 등 폭넓은 전공 분야와 다양한 국적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재를 대거 채용하는 것이다. 또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해 다양한 통찰력을 반영해 삼성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외에도 업계 최초 IoT 가전인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UX 디자인에도 삼성 유럽 디자인 연구소의 통찰력이 대거 반영됐다는 것이 헤크 소장의 설명이다. 패밀리허브를 사용자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고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소 디자이너와 생활가전 사업부 디자이너간 수없이 많은 토론이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서울을 포함해 런던·샌프란시스코·노이다·상파울루·베이징·도쿄 등 총 7개의 글로벌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에는 소재에 앞선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소재를 통한 디자인 혁신에 기여해 왔고, 현재는 런던 소재 유럽디자인연구소와 통합해 밀라노 분소로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