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오 아시아종묘(주) 대표이사는 30년 넘게 국내 종자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아시아종묘

[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아시아종묘(주)는 ‘기능성종자’와 ‘종자 수출’로 대변되는 국내의 대표적인 종자업체로 꼽힌다. 혈당억제 효과가 있으면서 매운 맛은 거의 없는 ‘미인풋고추’와 높은 내한성(추위에 강한 성질)으로 일본산 양배추를 대체하며 국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윈스톰 양배추’, 풍부한 안토시아닌 함량으로 국내 최초 전미주품종상(AAS)을 받은 ‘스위트베이비 자색 미니 무’ 등 일반 종자업체들과 달리 건강에 이로우면서 특색 넘치는 기능성 종자 개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종묘를 이끌고 있는 류경오 대표(61)는 1980년대 후반 서울종묘에 입사해 종자업계에 첫 발을 들인 후, 3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국내 종자업계의 산 증인이다. 그는 틈틈이 시간을 내 농업에 대한 애정을 14권의 책으로 직접 펴낸 ‘다작가(多作家)’이기도 하다. 3일 서울 문정동 아시아종묘 본사에서 만난 류경오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인터뷰에서 “한국의 종자산업이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에 하루빨리 눈을 돌려야 한다”며 “인도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트렌드에 맞는 종자 R&D에 적극 투자해 한국의 대표 종자 수출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혈당강하 효과 있는 풋고추 등 기능성 채소종자 육종에 특화

아시아종묘는 류 대표가 서울종묘·고려종묘를 거치며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1992년에 설립한 종자업체다. 2017년 기준 농우바이오에 이어 국내 2위 규모의 종자업체로, 쌈채소와 허브 종자로 시작해 현재는 양배추와 무, 고추를 비롯한 기능성 채소종자 육종에 특화해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현재 아시아종묘는 1290여개의 종자를 보유하며 국내외에 판매하고 있는데, 보유 종자 수로는 국내 300여개 종자업체들 중 가장 많다.

류 대표는 “아시아종묘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농가소득안정은 물론 소비자 건강과 취향을 반영한 신품종 개발에 있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품종들 중 각별한 애정이 가는 종자는 어린아이와 여성, 노년층까지 즐겨 먹을 수 있는 기능성 풋고추인 ‘미인풋고추’다”라고 말했다.

▲ 아시아종묘의 대표 기능성 채소종자인 양배추 윈스톰(좌), 미인풋고추(우). 출처=아시아종묘
▲ 류경오 대표 명함 뒷면에 아시아종묘가 육종한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미인 풋고추 홍보문구가 새겨졌다. 그만큼 종자 육종에 대한 그의 애정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아시아종묘의 미인풋고추는 기존의 오이맛고추보다 더욱 아삭하면서 매운 맛은 거의 없어, 학교 급식으로 활발하게 납품되고 있다. 전국의 주요 이마트 매장에서도 판매돼 주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좋다. 무엇보다 미인풋고추는 혈당을 강하하는 AGI(Alpha-Glucosidase Inhibitory) 성분이 함유된 것이 특징이다. 류경오 대표는 “미인풋고추 1개에는 당뇨 환자가 주로 이용하는 혈당강하 의약품인 아카보스 40㎎과 동등한 효능이 있다”며 “지난해 세종대 생명과학대학 연구팀과 전북대 생명과학대 연구팀의 공동연구를 통해 나온 발표로, <한국원예과학기술지>(2018_Vol.36 NO.03, 444~450P)에 게재됐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이어 “기존 일반종자 위주의 보급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신품종 육종이 우리 회사의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해, 기능성채소는 물론 수입산 종자를 대체할 수 있는 토종종자 개발에 많은 노력을 했고, 차츰 그 결실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얘기처럼 미인풋고추 외에도 아시아종묘의 양배추 품종인 ‘윈스톰’과 ‘대박나’는 일본산 위주였던 국내 양배추 시장에서 높은 수량성과 내한성 등을 앞세워 30%의 점유율까지 끌어올리며 토종 양배추의 시장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미니 자색 무 ‘스위트베이비’와 생장속도가 빠른 적자색 어린잎채소 ‘레드킹덤’, 겉과 속이 모두 노란 컬러수박 ‘골드인골드’, 고당도 적육계 멜론으로 독특한 무늬가 있는 ‘오렌지 실버웨이브’ 등 모두 북미시장 최고 권위의 품종상인 AAS를 수상했다. 국내 종자업체들 중 AAS 수상은 아시아종묘뿐이다.

이처럼 아시아종묘는 신품종 개발에 힘쓰면서 2018년 8월 기준 품종보호출원·등록건수는 17작물 162건(출원 51건·등록 111건), 상표권 등록은 미인풋고추를 포함해 65건을 보유하고 있다.

▲ 2016년에 열린 아시아·태평양 종자 총회에서 류경오 대표(왼쪽 세번째)가 해외 바이어와 만나는 모습. 출처=아시아종묘
▲ 인도 바이어들과 만난 류경오 대표(오른쪽 두번째). 출처=아시아종묘

100조원 세계종자시장에 도전장… 인도·베트남에 법인과 종자연구소 운영

아시아종묘는 지난해 2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30%는 수출에서 발생했다. 다른 국내 종자업체들(평균 5~10% 내외)과 비교해 수출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류 대표는 “국내 종자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26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시야를 넓혀 전 세계로 보면 글로벌 종자시장 규모는 2016년 70조원에서 2022년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보유한 기능성 종자 육종기술을 토대로 부가가치가 높은 토마토·파프리카·수박·멜론 등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종자 R&D 기술에 꾸준히 투자하는 한편, 유망시장인 인도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아시아종묘의 영향력을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종묘는 이미 인도와 베트남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법인은 세계 양파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적양파(장일종) 유전자원(생물유전정보) 수집과 종자 개발,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베트남은 하노이에 생산연구소가 있다. 최근 경제수도 호치민에 종자 R&D와 수출을 담당할 법인을 설립했다. 내년에는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아시아종묘 설립 때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수출액도 2014년 약 41억원에서 지난해 70억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서 “2020년 이후 회사 총 매출의 50% 이상을 종자 수출로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류경오 대표가 자신이 직접 쓴 ‘기능성 채소’ 책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아시아종묘

농업에 대한 애정·철학 담은 책 14권 ‘다작’

류 대표는 한때 국문학도를 꿈꿨다. 글 쓰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도우면서 농업에 관심이 많았고, 부모님의 권유로 농업으로 진로를 결정하면서 건국대학교 원예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과일·채소 등의 종자 공부를 열심히 했다. 대신 글 욕심은 아시아종묘를 설립한 이후 최근까지 농업과 관련한 책을 꾸준히 집필하면서 풀고 있다. 류 대표가 지금까지 쓴 책만 14권이다. 지금도 여러 매체에 활발히 기고하며 농업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류 대표는 “아시아종묘 초창기 허브제품의 가능성을 보고 일본에서 종자를 수입했는데, 당시 허브를 알고 있는 농가나 소비자가 없었다. 이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직접 일본 원문을 번역해 <허브사전>(1996년), <허브요리와 재배>(1997) 등을 썼다”며 “이후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샐러드용 채소 소비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쌈, 샐러드 채소>(1999), <기능성채소>(2000) 등 채소·허브 종자 위주의 책들을 쓰다 보니 그새 14권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 류경오 대표(왼쪽)가 아프리카 출장 중 농민과 함께 찍은 사진. 출처=아시아종묘

2월 코스닥 이전 상장… 수출시장 다변화 박차

아시아종묘는 지난 2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 종자산업이 최소 20~30년 정도 장기투자를 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특성과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류 대표는 “한국의 대표 기능성 종자 선도업체라는 자부심을 갖고 종자 R&D를 통한 시장별 맞춤형 종자 육성으로 인도와 동남아, 나아가 중남미와 중동, 북유럽까지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는?

전라남도 영암 출신으로 1985년 건국대학교 원예학과, 1987년 동 대학원에서 농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7년 서울종묘에 입사해 종자업계에 발을 들인 후 고려종묘 총괄실장을 거쳐 1992년 아시아종묘를 설립했다. 현재 한국종자수출협의회장과 (사)도시농업포럼 회장, 골든시드프로젝트 운영위원, 한국종자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이사상사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