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고용노동부가 사용자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대상으로 닷새간 감독·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부 산하기관도 아닌데 고용부가 사용자를 대변하는 단체에 상주하며 감독을 벌이는 것은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3일 오후 노동정책실 직원 10여명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으로 보내 법인 목적 사업 이행, 수입사업의 적정성, 각종 신고사항이행 여부 등 법인 사문 전반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지도감독은 오는 7일까지 닷새간 계속된다.

경총은 1970년 당시 노동부가 허가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사용자 단체로서는 유일하다. 노사와 관련한 여러 현안에 대해 기업 회원에게 정책 자문을 해주는 단체 성격상 고용부와 연관이 돼있다.

이번 지도감독은 지난 7월 초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 시절 경총이 일부 사업 수익을 유용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뒤이어 취임한 고위 관료 출신인 송영중 전 부회장이 회장단과 대립각을 세우다 중도 해임된 직후 그 과정에서 회계처리와 관련한 제반 의혹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경제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적폐 청산’을 강조함에 고용노동부가 경총길들이기에 착수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문대통령의 적폐청산 지속 발언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히 신임장관 후보자가 발표된 뒤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경총을 다시 한번 다잡고 경제단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경총이 보고한 NCS 기업 활용 컨설팅 사업의 횟수와 실제 진행된 횟수 차이 여부, 인건비 허위 청구여부 등 관련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경총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원래 예정된 특별점검이 실시되는 것뿐, 당초 8월 21일 공문을 통해 27일부터 31일까지 경총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개각 때문에 늦춰졌다"면서 "고지한 날짜보다 1주일 늦은 3일 오후부터 감독 지도가 실시된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도점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경총의 의혹 사실관계여부와 연구용역 적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의혹이 제기된 7개 사업별 담당 기관과 부서 모두 점검에 참여하다보니 인원이 많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 지도점검이 진행 중에 있는 만큼 점검에 성실히 협조하고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부가 경제단체에 상주하면서 지도감독을 하는 경우는 상례를 벗어난다. 경총에 대한 지도감독이 이뤄지는 것은 1980년대 말 한독직업훈련원 비리로 이뤄진 이후 거의 30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경총이 고용부 산하기관도 아닌데 닷새씩이나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조사를 하는 건 이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에 기업 목소리를 전달하는 사용자 단체를 감독함으로써 사용자 단체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총은 지난 7월 송 전부회장이 거취 논란 후 회계 부정 의혹을 받았다. 송 전부회장은 경총이 그동안 사업수입을 유용해 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회계 부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경총은 정기 총회를 통해 향후 특별상여금 지급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