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페소화 가치 폭락에 따른 경제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아르헨티나 정부가 3일(현지시각) 내년 재정적자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곡물 수출세를 인상하고 행정부처 일부를 폐지하는 등 자구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페소 매도세가 지속돼 통화가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실망한 투자자들은  말 잔치가 아닌 실제 행동을 본 뒤에야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미국 CNBC와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보도에 따르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TV 성명을 통해 페소화가 역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지는 등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러한 대책을 마련했다며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주 달러화에 대한 페소화 가치가 16퍼센트 하락하면서 올들어 거의 50% 하락하자 긴급하게 마련된 것이다. 페소화는 지난주 달러에 대해 39.2페소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응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율 45%에서 60%로 인상했다. 이 때문에 페소화는 일시 1달러는 42페소까지 주저앉았다가 1달러에 대해 37페소 정도로 회복했으나 불안전한 변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주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자금  500억달러 방출 속도를 높이자고 제안한 뒤 투자자들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시켜야 했다"면서 "수출부문이 부담을 더 많이 지고, 정부 부처 축소를 통해 재정지출을 줄여 내년에는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니콜라스 두조브네 재무장관은 TV에 함께 출연해 내년 기초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맞추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부채  원리금을 제외한 재정 수입과 지출을 균형으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 기초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3%로 낮추겠다고 밝힌 이전 방안에 비해 훨씬 더 과감한 조처로 풀이됐다. 

기초재정수지 균형 방안으로는 세금인상을 통한 재정수입 확대와 공무원 감원을 통한 재정지출 감축이 제시됐다.  세금은 농산물 수출에 대해 달러당 4페소, 기타 수출품목은 달러상 3페소가 부과될 것이라고 두조브네 장관은 밝혔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오는 2020년 GDP의 1% 재정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언론은 마크리 대통령이 보좌진과 협의를 거쳐 과학기술, 문화, 에너지, 농업 등을 포함한 10~12개 부처를 폐지하는 등 정부 기능을 제한하고 지출을 삭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두조브네 장관은 4일 미국 워싱턴에서 IMF와 고위급히담을 갖고 500억달러 구제금융의 방출속도를 높이는 방안 등을 협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