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국민연금이 제도개선안을 짜기에 앞서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5년마다 시행하는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기금이 당초보다 3년 이른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민이 동의하면 보험요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리 대비했는지 국민연금은 올해 초부터 TV·포털에 ‘알면 알수록 나의 연금, 국민연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블로그를 통해 언론의 비판에 직접 반박하며 요즘 말로 ‘열일’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홍보와 반박은 타당하다. 수령자 입장에서 사적연금보다 국민연금은 높은 수익구조를 갖고 있고, 갈취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근본 취지를 잘못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연금만큼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 있나 찾아보라”고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안 내고 안 받겠다는데 왜 강제로 걷나”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그 구조상 맞는 말이고, 후자는 법으로 정해졌으니 틀렸다고 해야 하나.

국민연금은 ‘내가 낸 돈 잘 불려서 내가 받는다’라는 것이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나온다. 그렇게 알린 적이 없는데 국민들이 오해했을까. 문제는 국민들이 국민연금과 사적연금을 동일시하도록 착각하게 만든 홍보에 있다.

국민연금은 사회복지제도다. 세대 간 부양이 목적이다. 쉽게 말해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형태다. 내 돈 내고 늙어서 내가 잘 먹고 잘 살자는 취지로 탄생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핵심은 재정의 ‘배분’이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주식투자 등으로 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보험요율을 올리는 것을 나쁘게 보진 않는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왜 기금고갈이 되는가’, ‘고갈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날 참여한 패널 중 단 2명만이 “왜 배분에 대한 논의는 없는가. 이게 우선인데”라며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 누구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채 오롯이 ‘어떻게 하면 기금을 더 확보할 것인가’에만 혈안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이 자체가 오해의 근원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제도로 개선한다니 국민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갈취당하는 기분이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며 ‘잘 불려서 더 많이 돌려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부양인가. 덜 받을 것 같으니 용돈 드리지 않겠다는 것이 옳은 것인가.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까.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7%로 OECD 평균의 4배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노인빈곤율을 낮추는 것인데 이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비판만 나오면 ‘선진국 타령’은 부지기수인데 말이다.

국민연금이 기금 고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국민연금의 취지와 역할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 다음에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다. 순서가 없으니 국민연금의 태도가 단순 강압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권위 있는’ 국민연금이 아닌 ‘권위적인’ 국민연금이다. 왜 국민들의 반발이 심한지 좀 더 이해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