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시장이 역사적 최고점 수준에 올랐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적은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기술주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G2의 갈등이 단순 무역이 아닌 패권전쟁이라는 감안하면 다소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의 첨단산업을 관세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무역갈등 완화가 나스닥 상승에 발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 나스닥 지수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 7월 급락 직전(7900포인트)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8109.54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술주 버블’ 논란을 말끔히 씻어낸 셈이다.

당시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페이스북·트위터·넷플릭스 등이었다. 이들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나스닥을 주도해온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에 대한 의구심도 확대됐다.

다행스럽게도 애플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시장은 ‘기대’가 아닌 ‘실적’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시선은 MAGA(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로 향했다. MAGA는 현재 실적을 입증하며 나스닥 시장의 주도주로 우뚝 섰다. 최근에는 페이스북·트위터·넷플릭스의 주가도 ‘나스닥 호황’에 힘입어 반등했다.

반면 중국 기술주 3인방인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의 주가는 지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텐센트의 실적은 부진했지만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호조를 보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덜한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독 중국 기술주의 부진이 눈에 띄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중 무역전쟁? 첨단기술전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글로벌 시장의 최대 이슈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그러나 미국의 행동을 보면 단순 무역만을 놓고 싸우는 것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은 중국의 첨단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남중국해 문제도 미국과 무역의 갈등의 중심에 있다.

지난 7월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 818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부과를 개시했다. 규모는 340억달러(약 38조원)로 미국의 지난해 대중 무역 규모(8075억달러)의 7%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품목이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10대 산업(차세대 IT기술, 고정밀 수치제어·로봇, 항공우주장비, 해양장비·첨단기술 선박, 선진 궤도교통설비, 신에너지자동차, 전력설비, 농업기계장비, 신소재, 바이오의약·고성능 의료기기)의 첨단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최근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보면 의료기기·바이오, 핀테크, 모바일결제,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IT섹터 등이 모두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 출처:신한금융투자
▲ 출처:신한금융투자

버블 여부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는 ADL(등락주선)이다. 일별로 상승종목수는 더하고 하락종목수는 차감해 수치를 구한다. 시장이 상승하는 가운데 ADL곡선이 하락(하락종목수가 상승종목수보다 많을 때)하면 버블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여긴다. 그러나 최근 나스닥 ADL곡선은 지수와 동반 상승하고 있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다.

반면,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면 나스닥 호황도 주춤해질 수 있다. 미국의 장단기금리스프레드(10년물-2년물)는 지속 축소돼 현재 20bp대에 머물고 있다. 이 지표의 ‘축소’는 경기에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금리스프레드는 위기 발발 직전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 금리차와 가치/성장(S&P500 pure value/S&P500 pure growth) 흐름 [출처:인베스팅닷컴, 이코노믹리뷰]

금리스프레드의 또 다른 특징은 가치주와 성장주의 흐름을 비교적 잘 반영한다는 것이다.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가치주가 성장주 대비 강세를 보였다. 무역갈등 완화로 기술주의 상승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미 금리스프레드 하락이 반드시 경기 침체를 가져온다고 할 수 없지만 미국 입장에서 이를 간과할 수도 없는 요인”이라면서도 “미국은 기준금리인상과 동시에 재정을 확대하면서 중국이 무역 협상테이블에 나오도록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만 좋은 글로벌시장’이 지속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