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임형택 기자] 무인화와 자동화 바람은 유통업계에서만 불지 않는다. 업종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다.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특히 창업 시장에서는 “무인매장이 답”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계를 중심으로 무인 매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스터디 카페, 동전 노래방, 게임장 등 외식과 비외식, 도소매업, 서비스업종에서 ‘무인매장’ 콘셉트의 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무인매장은 인건비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내 온도를 조정하고 조명을 켜고 끄는 매장에 상주하지 않아도 매장 운영이 가능하거나, 전문 지식 없이 창업이 가능해 예비 창업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청바지 무인샵 제이엠진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는 고객.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스터디카페에서 패스트푸드점까지

르하임 무인 스터디카페는 무인 매장이 어떻게 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스마트 IoT(사물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 외부에서도 언제든지 스마트폰을 통해 매장 내 냉난방을 조절하고 조명 시스템을 켜고 끌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르하임 무인 스터디카페는 키오스크 2대를 활용해 출입 통제를 한다. 이용자는 키오스크를 이용해 좌석을 선택하고 이용시간을 선택한다. 키오스크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으로 바코드 링크가 전송되고 이 바코드를 이용해 이용자는 스터디룸에 입장할 수 있다. 간편한 출입 시스템으로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이용자도 점주도 만족도가 높다.

르하임 스터디카페 관계자는 “공부를 하러 찾아오는 이용객들은 오히려 비대면인 점을 더 편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점포 경영주들은 통상 이용고객이 많은 저녁시간에 3시간에서 4시간가량 근무하며 매장 관리를 하고 있고, 별도의 관리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2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경영주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 무인으로 운영되는 엔젤스 코인노래방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최근 무인화 시대를 맞아 무인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는 것이 있으니 바로 코인(Coin)노래방이다. 코인노래방은 한 곡당 250~300원의 가격이 매겨진 노래 연습장이다. 시간당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까지 일반 노래방 가격이 부담스러운 청소년부터 성인 남녀들에게까지 폭넓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도 부평의 ‘멕스 게임존’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오락실이다. 무인 키오스크는 문 앞에 설치돼 있어 직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시간별로 가격이 책정된 이용권 결제를 하면 팔목에 착용하는 종이 띠가 나온다. 이 띠를 키오스크에 인식시키면 정해진 시간 내에서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무인화 도입 추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이 연결된 채널까지도 확산됐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핵심 상권에 위치한 무인 청바지 숍 JMjean(제이엠진)이 대표 사례다.

제이엠진에서는 고객이 방문 후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입어보고 선택해 무인 결제 시스템으로 결제할 수 있다. 제품의 종류와 사이즈를 입력할 필요 없이 무인결제 기계에 선택한 청바지의 바코드를 대기만 하면 결제된다. 결제 시스템에 배송지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본사 배송시스템에 주문이 입력돼 상품 배송이 이뤄진다. 제이엠진의 본사는 각 지역의 무인점포에 설치된 무인카메라로 현장을 살펴보고 스마트폰으로 각종 기기를 직접 제어한다.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 김선영 씨(32)는 “오프라인 숍에서 바지를 입어보고 살 때, 매장 직원이 있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다”면서 “혼자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제이엠진 관계자는 “점포 경영주들은 간혹 매장에서 결제 오류가 발생할 때나 제품의 손상 확인 등을 위해 매장에 방문한다”면서 “서울시 구로구 가산매장은 하루 평균 100명에서 120명의 고객들이 방문할 만큼 반응이 좋아 대기업 극장체인과 입점 제휴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무인화는 메뉴 주문과 결제를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하는 디지털 키오스크 도입의 확산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키오스크(무인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리아는 전국 약 1350개 매장 중 약 60%에 이르는 750개 매장에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전국 약 400개 매장 중 200개 이상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업계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를 도입하기도 했다. KFC는 올해 안으로 전국 약 200개 매장에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할 예정이며 버거킹도 약 200곳의 직영 매장에 키오스크 도입을 결정했다.

키오스크를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 관계자는 “키오스크 운영은 최저임금의 변동과 관계없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은 햄버거 포장, 테이크아웃(Take-Out), 배달, 제품 조립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매장이라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보다는 인력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키오스크 주문을 편하게 느끼는 고객이 많아져 현재는 전체 주문의 40%를 키오스크 주문이 차지하고 있고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건비 절감 효과

이렇듯 다양한 형태의 무인점포는 시간제 근로자들을 채용하지 않아도 스마트기기로 현장을 관리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은퇴자 혹은 1인 창업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고객 접점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유통업체와 외식업체들의 무인화 속도를 올리고 있다”면서 “거기에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도 스마트 기술이 반영된 무인화 기기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무인 매장에 대한 거부감도 점점 줄어들고 매출 증대에도 기여해 무인화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희 창업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창업에 있어 임대료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요즘에는 인건비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주휴수당이나 근로시간을 다 따지면 최저임금만 오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무인화에 대한 창업 시장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