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국내 채권시장이 강세로 전환했다. 금리인상 기대감이 선반영된 가운데 불확실성이 해소된 탓으로 풀이된다. 중요한 것은 고용부진 이슈가 금리인상 전망 근거를 정책 여력 확보라는 당위성에서 펀더멘탈로 이동시켰다는 점이다. ‘소수의견’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경기 부진 여파로 연내 금리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한은의 연내 한 차례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금리가 오르더라도 장기물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부진 우려를 부추긴다는 해석이다. 한은의 영향력이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달 이일형 금통위원의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후 8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부진한 고용시장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은 기준금리가 1.69%에서 인상 사이클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6개월 선도 금리의 상승 기대는 +24bp로 이를 종합하면 한 차례가 안 되는 수준의 금리인상을 선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채권시장은 금통위 금리결정을 앞두고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본만큼 금리 동결 발표 후 곧바로 강세 전환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고용부진, 주택시장 과열 등은 경기요인보다는 구조적 문제라고 언급했다.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발언이다. 또 고용 등의 문제가 금리결정에 있어서 직접 고려 대상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8월 금리인상 전망의 근거가 정책 여력 확보에 있었다면 고용부진은 이를 펀더멘탈로 이동시켰다. 시장은 한은의 금리결정을 좀 더 포괄적으로 판단한 셈이다.

연내 금리인상 VS 동결...문제는 시기

향후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결정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은의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데 이견은 없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금융불균형 확대, 달러 강세, 신흥국 자금이탈 등을 고려할 때 4분기 중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면서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경기 하방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어 11월보다는 10월 금리인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일형 위원의 소수의견 개진과 함께 이주열 총재도 기존 정책 스탠스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며 “한은의 금리인상 의지는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경기둔화 우려로 금리인상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며 “남은 2번의 금통위 전 변화를 줄만한 요인이 없어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정책 여력 확보는 가능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문제는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미국과의 금리차(10년물 기준)는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미 금리스프레드(한국채 10년물-미국채 10년물) [출처:한국거래소]

지난 8월 한 달 동안 한국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2.58%에서 2.36%로 22bp 축소됐다. 같은 기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에서 2.86%로 14bp 낮아졌다. 한국채 금리가 더 크게 하락한 것도 문제지만 최근 미국채 금리가 반등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국내 금리가 하락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은의 금리인상도, 동결도 결국 경기둔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미 기준금리차 확대에 이어 장기물 금리차도 벌어지면 자금유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분쟁 완화 등으로 원화 강세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은의 금리인상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