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두산밥캣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A-→BBB+)되면서 올 들어 사모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등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도 시도했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두산중공업은 신용등급 추가 하락의 일부 트리거(Trigger)를 충족하고 있다. 두산밥캣 매각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풀이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두산중공업은 보유하고 있던 두산밥캣 주식 1578만70주를 3681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며 매각대금 전액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

최근 몇 년간 두산중공업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14년 6조6752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3367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동기대비 8.6% 감소한 1조9652억원에 그쳤다.

▲ 두산중공업 실적 추이(단위:억원)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외형이 축소되면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규모도 축소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회수 지연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증가, 연구개발을 위한 자본적지출(CAPEX) 등으로 차입금은 확대됐다.

특히 지난 2016년 두산건설 상환전환우선주(RCPS) 4000억원에 대한 정산의무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4조4396억원(2016년 3조9684억원)으로 확대됐다. EBITDA 대비 총차입금도 2016년 8.6배에서 2017년말 10.9배로 크게 확대됐다.

 

신용등급 하락, 사모 조달 주력...금리상승, 영구채 발행 중단

국내 신평사들은 지난해 말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2017년 상반기 50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700억원의 사모채 발행에 이어 같은해 7월 1000억원 규모의 공모조달에 성공하면서 자금조달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지난 5월 사모시장(1000억원)의 문을 재차 두드렸다.

국내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두산중공업은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리인상, 신흥국 위기 등이 고조되면서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은 영구채 발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밥캣 지분 매각이 자금조달을 위한 마지막 카드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 두산중공업 차입금·차입금 의존도 추이(단위:억원,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형태가 아닌 총수익스와프(TRS) 방법을 이용한 것도 두산중공업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지분 매각은 주가 하락 시 매입자(금융기관)의 손실을 매각자(두산중공업)가 보전하고, 주가 상승 시 매입자가 매각자에게 수익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또 금융기관은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수수료와 이자수익을 받는다.

IB관계자는 “두산밥캣 주가가 저평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두산중공업이 TRS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저평가 자산을 내놓을 만큼 자금조달 수단이 많지 않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국내 신평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신용등급 강등 기준의 일부(총차입금/EBITDA)를 충족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면 신용도 추가 하락도 불가피하다. BBB급은 투기등급 직전이지만 금리상승과 맞물리면서 시장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사실상 시장 조달을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번 두산밥캣 지분 매각으로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은 일부 줄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결국 수주경쟁력 강화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해야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정책 추진으로 원자력 발전, 석탄화력발전 등 회사의 주요 수주기반 약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원전 프로젝트 수행기간이 5년 이상 장기라는 것이다. 수주감소가 수익성 악화에 미치는 영향이 분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존재한다.

내년 두산중공업의 만기 회사채는 2900억원 규모다. 두산밥캣 지분매각에 따른 자금유입도 중요하지만 두산중공업의 자체 영업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