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뉴욕시의 렌트 가격이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맨해튼의 렌트 중간값은 6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9% 하락한 3400달러이며 1베드룸의 렌트 중간값은 100달러 하락한 3400달러, 2베드룸은 200달러 하락한 4150달러, 3베드룸은 소폭 하락한 5614달러, 스튜디오는 전년과 동일한 2600달러다.

미국의 실업률이 18년 만에 3%대로 하락하는 등 견조한 고용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증시도 사상최고치 경신 행진을 하면서 경기 호황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 어째서 뉴욕의 렌트 가격은 하락세인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들어 신규 아파트의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1만9000채의 아파트가 맨해튼에 새롭게 공급됐고 현재 건설 중인 아파트가 1만채이며 2만7000채의 아파트가 건설 준비 중이니 공급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를 신규 건설한 회사들은 빨리 투자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혜택을 내세워서 임대할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이 컨세션(Concession)이라는 월세 할인 프로모션이다. 1년을 계약하면 1달을 무료, 혹은 2년을 계약하면 2달을 무료로 거주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이다.

대체로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를 빨리 찾기 위해서 내걸던 컨세션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너도나도 컨세션을 내걸게 됐다.

지난해 맨해튼에서 컨세션이 포함된 아파트 거래는 전체의 24%였는데 올해는 32.6%로 증가했다. 브루클린과 퀸즈에서는 그 숫자가 더 높아서 전체 신규 임대계약 중 브루클린은 40.4%, 퀸즈는 45.7%가 컨세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새 아파트들이 한두 달간의 무료 임대를 무기로 세입자들을 끌어들이자, 기존 아파트 주인들은 월세를 인상하지 않거나 오히려 깎아주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이 떠나지 않도록 붙들어두고 있다.

맨해튼에서는 딱히 아파트가 새롭게 바뀌거나 고친 점이 없더라도, 해마다 월세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고정하거나 깎아주면서 세입자들이 신규 입주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것을 막는 것이다.

언뜻 세입자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듯이 보이니 이제 맨해튼에서 월세를 내는 것도 수월하겠다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고 이전보다 조금 싸진 것이지 맨해튼의 월세는 여전히 비싸다. 특히 소득이 낮은 지역인 경우 그간의 월세 상승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최근의 침체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뉴욕시 전문 부동산정보사이트 스트리트이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맨해튼의 월세는 31% 상승했다.

그런데 렌트 가격의 상승은 모든 지역이 동일하지 않다. 고소득층이 모여 사는 지역의 렌트는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반면 서민층들이 많이 사는 브루클린의 일부 지역이나 브롱스에 인근한 지역의 렌트가 더욱 많이 올랐다.

브루클린의 디트머스 파크 지역의 렌트는 같은 기간 동안 45%나 상승했고 프로스펙트 레퍼츠 가든 지역도 45%나 상승한 반면,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남쪽 지역은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서민층이 사는 지역은 부유층 지역에 비해 임대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낮아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호전과 함께 급속히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지역의 발전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임대로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더 멀리 밀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