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터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금융회사 신용등급도 떨어지면서 터키는 외환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터키 금융회사 20곳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이에 따라 통화가치는 더 떨어졌다. 

무디스가 28일(현지시간) 터키 금융회사 2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자 터키 리라 가치도 급락했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무디스는 16개 금융회사는 한 단계, 4개 금융회사는 두 단계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됐다. 무디스는 "투자 심리 축소가 자금 조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부정적인 시나리오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8월 한달 동안의 미 달러 대비 리라의 환율 그래프. 환율이 오른 것은 통화가치의 하락을 뜻한다. 출처=블룸버그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터키 리라 가치는 더 떨어져 이날 낮 12시 20분께 1달러당 6.45리라로 약 3% 정도 떨어졌다. 이는 2주 만에 최저치다. 역으로 리라 달러 환율은 그 만큼 오른 것이다.

무디스의 경제전문가들은 터키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하방 시나리오 위험이 실제로 증가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무디스는 "투자 심리 악화가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접근을 제한하는 부정적 자금 조달 시나리오의 위험이 고조됐다"고 밝혔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무디스는 터키 은행들이 자본조달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약 770억달러의 외화 채권과 협조융자금액이 차환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터키 은행들이 보유한 유동자산은 480억달러에 그치고 터키 중앙은행은 57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지만, 이는 전부 다 쓸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 악화되면 터키 은행들은 정부나 중앙은행의 자금 지원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터키의 외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었다. 

▲ 신용사별 신용등급 구분. 출처=KDI

터키 경제가 흔들리면서 국가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7일 터키 국가 신용등급을 각각 Ba2에서 Ba3로, BB-에서 B+로 하향조정했다. 투자 부적격 등급에 다시한번 못 박은 셈이다.

터키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IMF 없이 독일과 유럽연합(EU)만으로는 터키를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이어 독일 정부가 터키에 긴급금융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WSJ는 터키 경제가 무너질 경우 유럽 은행들의 채권이 약해지면서 연쇄 충격을 발생할 수 있고, 독인의 난민·테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터키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