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올해 추석엔 유독 눈에 띄는 선물이 등장했다. 바로 ‘금(Gold)’이다.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금은 그동안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인식됐다. 그런데 편의점 GS25와 신세계백화점이 금이 가지고 있는 ‘부(富)’의 이미지를 앞세워 명절 선물로는 처음으로 순도 99.99% 최상급 금제품을 선보인다. 골드바나 순금코인이 편의점과 백화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명절 선물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만큼 명절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말도 된다. 유통업계는 부정청탁금지법에 맞춰 10만원 이하 실속형 선물을 대거 출시하면서도 고소득층을 겨냥한 수백만원대의 고가 선물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양극화가 추석선물에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순도 99.99% 1㎏짜리 골드바도 등장

신세계백화점의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는 올 추석 선물세트로 순도 99.99% 최상급 골드바를 판매한다. 영화나 드라마, 뉴스에서나 본 그 골드바다. 한국금거래소가 품질을 보증하는 제품으로, 3.75g 미니바부터 1㎏까지 구매할 수 있다.

▲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금은 그동안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인식됐다. 그런데 편의점 GS25와 신세계백화점이 금이 가지고 있는 ‘부(富)’의 이미지를 앞세워 명절 선물로는 처음으로 순도 99.99% 최상급 금제품을 선보인다. 출처= 각 사

신세계백화점 액세서리 장르를 살펴보면 골든듀 등 금을 소재로 만든 ‘파인 쥬얼리’ 장르가 인기를 끌며 액세서리 장르 전체 신장률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주얼리 전문브랜드 아디르는 특별한 추석 선물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 순도 99.99% 최상급 골드바를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다”면서 “㈜한국금거래소가 품질을 보증하는 ‘신세계 골드바’는 3.75g의 미니바부터 1㎏까지 주문·구매할 수 있으며 31일까지 구매 금액의 1%를 상품권으로 증정하는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시세 기준이다.

GS25도 순금 코인 3.75~50g(25만9000~308만원), 골드바 카드 0.5~3.75g(6만~24만9000원), 행운의 열쇠, 복돼지, 금수저 등 총 26종의 순금 상품을 명절 선물 카탈로그에 올렸다. 상품 제작 기간은 7~10일로 완성된 상품은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보증서와 함께 담겨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배송된다.

GS25 관계자는 “특별한 선물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모양으로 의미를 담아 선물할 수 있도록 주문제작 상품으로 선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설과 올해 설을 비교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김영란법과 관련 있는 10만원 이하 상품 비중은 45%로 지난해 44%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법에 따라 5만원 이하 상품 위주로 산 수요가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로 일부 이동한 셈이다. 반면 10만원 이상 상품 중에선 30만원 이상 고가 선물의 비중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25%로 급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설 선물 양극화 현상과 더불어 명절 선물에 대한 개인 수요 증가 현상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초고가 주류·침구류 선물세트도 등장

롯데호텔은 프랑스 정통 코냑 명가인 레미마르탱의 ‘루이 13세 제로보암’을 마련했다. 가격은 무려 3900만원으로 올해 추석 선물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이다. 루이 13세(380만원), 브루갈 파파 안드레(240만원) 등의 초고가 주류 선물을 마련했다.

실속형 상품도 대거 강화했다. 롯데호텔은 기순도 명인의 장 실속 세트(5만원), 자연송이 고추장(5만8000원), 팔각 프리미엄 멸치 세트(8만원) 등 10만원 이하의 저가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프리미엄 한우 세트 역시 최저 25만원부터 최고 95만원까지 소비자의 지갑 형편에 맞춰 다양한 가격대로 구성했다.

▲ 롯데호텔은 프랑스 정통 코냑 명가인 레미마르탱의 ‘루이 13세 제로보암’을 마련했다. 가격은 무려 3900만원으로 올해 추석 선물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이다. 출처= 롯데호텔

신세계조선호텔은 추석 선물세트로 210만원에 이르는 ‘캐나다구스 에델바티스트 두베’ 침구세트를 올해 처음 선보인다. 이와 동시에 ‘호무랑米 웰빙세트(9만원)’, ‘감태·뱅어세트(10만원)’ 등 10만원 이하의 실속 선물세트도 준비했다.

신라호텔도 450만원 상당의 보르도 와인세트와 샤또 듀 로, 샤또 뚜르 피블랑케로 구성된 10만원짜리 와인세트를 동시에 선보인다. 실속상품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해 완도 전복장 스페셜(9만9000원), 우곡주 에디션(5만원) 등 비교적 낮은 가격의 상품도 강화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상위 5%의 고소득층은 청탁금지법과 무관하게 추석 선물을 자유롭게 구매해 소비경기와 상관없이 초고가의 선물세트도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호텔 추석 선물세트도 수백만원대의 프리미엄 선물들과 10만원 이하의 선물로 양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하위 가계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 5분위 배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면서 “벌어진 소득 격차는 고스란히 소비 격차로 이어지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도 심화돼 명절선물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