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민족은 한 해의 농사가 마무리되는 추석에 수확의 기쁨과 감사를 공동체와 나누며 정과 친목을 다져왔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완전히 탈바꿈한 현 시점에서도 정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전통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시대는 바뀌어도 따뜻한 정,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다만 시대에 따라 정을 전하는 선물이 자리를 바꾸고 있을 뿐이다.

▲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완전히 탈바꿈한 현 시점에서도 정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전통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시대는 바뀌어도 따뜻한 정,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다만 시대에 따라 정을 전하는 선물이 자리를 바꾸고 있을 뿐이다. 출처= 이코노믹리뷰

1950~1960년대 : 농산물·공산품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우리 사회는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아 먹고 사는 기본 문제마저 제대로 해결할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규격화된 편리한 공산품이 귀한 시절이었다. 명절 선물은 기본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품목들 위주였다.

1950년대에는 선물이 상품화되지 않았다. 밀가루 쌀, 계란, 찹쌀, 돼지고기, 참기름 등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농산물을 직접 주고받았다. 전쟁의 피해가 어느 정도 복구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0년대에는 설탕, 비누, 조미료, 통조림, 라면 등 생필품과 가공식품의 수요가 늘었고 명절 선물로 각광받았다.

 

1970년대 : 생필품에서 기호품으로

1970년대는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우리나가 고도성장을 이룩한 시기다. 소득 증가로 생활이 과거보다 한결 풍요로워지면서 선물도 바뀌었다. 공산품의 국내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식용유, 와이셔츠, 피혁 제품, 주류 등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의 성격을 띠는 선물이 많이 판매됐다. 가격대는 3000원에서 5000원 안팎이었다. 커피세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여러 종류의 과자를 묶음 포장한 종합선물세트는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선물로,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다.

 

1980년대 : 정육세트·고급과일 등으로 고급화

1980년대는 경제성장과 함께 선물 문화가 정착하고 고급화된 시기다. 넥타이, 지갑, 벨트, 와이셔츠, 스카프 등 잡화 용품이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잡화와 함께 정육선물세트, 고급과일 등도 보편적인 선물로 급부상했다. 이는 백화점이 성장하면서 배달 서비스가 시작됐고 소비자의 소득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 선물 양극화

1990년대 추석 선물은 당시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고가제품과 실용적인 중저가 선물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특히 1990년대 말 발생한 외환위기로 소비자들의 알뜰구매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 번에 소비되는 품목보다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잡화부문의 중저가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또 ‘웰빙(Well-Being)’ 개념이 등장하면서 햄, 참치 등 규격화된 상품들이 줄고 인삼, 꿀, 영지 등 값비싼 고급 건강 기호식품이 강세를 보였다. 지역특산물 역시 선물로 자리매김했다.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게 도서상품권과 상품권이 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2000년대 : 힐링과 개성 담긴 선물

2000년대 들어서는 와인과 올리브유 등 웰빙상품의 인기가 지속 상승했다. 웰빙에 이어 힐링(Healing) 선물도 등장했다. 소용량 제품과 간편 조리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개성이 강해지는 사회현상을 반영하듯 상품권이 가장 인기 있는 선물로 떠올랐다.

2010년대에는 선물의 다양화가 이뤄졌다. 정육, 건강 기호식품, 굴비, 청과 등 대표 명절 선물세트의 인기는 여전했다. 여기에 와인, 디저트, 명인명장의 전통주 등 더욱 다양한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수산물은 굴비 외에도 갈치, 옥돔, 랍스타, 새우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들이 나왔다. 또 이성당, 성심당 등 국내 지역 브랜드의 디저트 상품부터 해외 디저트 브랜드까지 명절선물의 반열에 올랐다.

 

2018년 골드바, 코인 등장

지난 2016년 청탁금지법이 시작된 이후에는 5만원 이하 가격대의 선물세트 수요가 급증했다. 정육, 건강 기호식품, 청과, 해산물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올해도 이런 트렌드는 이어지고 있지만 골드바, 코인, 재난구호세트, 수제맥주 등 이색선물이 등장하는 등 선물세트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 관계자는 “사회 이슈와 분위기에 따라 선호하는 명절 선물 세트의 상품군과 가격대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변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이번 추석에는 어떤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을까’, ‘어떤 선물로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올해에는 어떤 사회상을 반영한 선물들이 인기를 끌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