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한식과 화장품업종의 자영업자의 폐업 가맹점 비중이 1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야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아 경쟁감도가 심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폐업이 창업보다 많아지는 가운데 관련 대출이 늘면서 자영업자가 부실대출의 블랙홀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은 전분기 대비 12조9000억원 증가했다. 전분기(+18조3000억원) 대비 증가폭은 축소됐으며 전년동기 14조3000억보다 적었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6.6%로 전분기 6.8% 대비 소폭 줄었다.

▲ 출처:한국은행

업종별로는 전분기 대비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각각 11조5000억원, 5000억원 증가했다. 건설업은 4000억원 감소했다.

서비스업 대출규모는 2분기말 잔액기준 641.7조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59.3%로 차지해 제조업 31.6%보다 비중이 훨씬 컸다. 서비스업의 분기별 대출은 지난해 2분기이후 매 분기 증가액이 두자릿수를 유지했고 증가율도 8%이상을 계속 지켰다.

반면 제조업 대출은 매분기별로 증가규모가 둘쑥 날쑥한 가운데 증가규모가 지난해 2분기 이후 1조원 이상을 유지하다 올해 2분기에 5000억원의 증가폭으로 쪼그라들어 제조업 투자 경기를 반영했다.  건설업의 대출규모는 지난해 이후 바닥을 기고 있다.

2분기말 제조업 대출은 전분기 대비 기타운송장비(-1조3000억원), 자동차·트레일러(-8000억원)가 감소했으나 석유·화학·의약품·플라스틱(+1조2000억원)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반기말 재무비율 관리 등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제조업 증가폭이 줄었다.

서비스업은 전분기 대비 부동산업이 7조원,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6조원이 늘었다. 전년대비 8.9% 늘어난 수치로 전분기(9.1%) 증가폭에 비해 줄었지만 지난 2016년 3분기 이후 최대다.

부동산업은 작년 3분기 9조7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증가폭이 둔화되는 가운데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은 신설 법인수 확대로 최대 증가세를 보였다.

자영업자 폐업 가맹점, 10개 중 9개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전체 폐업 가맹점 중 자영업자가 폐업한 가맹점 비중은 2018년 상반기 92.2%다. 2016년 상반기(94.4%), 2017년 상반기(92.6%) 대비 소폭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10개 중 9개 이상이 자영업자 탓이다.

자영업자 신규 창업 가맹점의 90% 가량을 차지함과 동시에 폐업되는 가맹점도 90%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폐업이 많은 업종(2018년 비중 17.3%)은 한식이다. 2016년 상반기 3만2747개에서 지난해 상반기 3만3101개로 늘었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3만2143개로 크게 줄었다.

▲ 폐업된 개인사업자 가맹점 수 상위 업종 현황 (단위 : 개, %) [출처:KB국민카드]

2016년 상반기 자영업자에 의해 신규 창업된 한식 업종 가맹점 수가 3만6054개로 같은 기간 중 폐업된 가맹점 수 3만2747개보다 많았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 폐업된 가맹점 수가 창업된 가맹점 수 대비 소폭 증가(155개)한 데 이어 2018년 상반기에는 폐업된 가맹점 수가 창업된 된 가맹점 수 대비 3282개로 크게 늘었다.

자영업자 가맹점 수가 1000개 이상인 업종 중 2016년 상반기 대비 2018년 상반기에 폐업 가맹점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편의점(48.1% 증가)이다. 이밖에도 화원(45.4%, 948개→1378개) △커피전문점(43.7%, 3688개→5298개) △당구장(35.3%, 1236개→1672개) △피부미용원(35.2%, 1962개→2652개)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 상반기 전체 폐업된 가맹점 중 △볼링장·호프·이용원(100.0%) △미용원·당구장·노래방 (99.9%) △네일샵·단란주점·약국(99.8%) △피씨방(99.7%) △분식·일반주점(99.5%) △피부미용(99.4%) △유흥주점(99.3%) △예체능계학원(99.2%) △치킨·세탁소·한복점(99.0%) 등 18개 업종의 99% 이상이 자영업자에 의해 폐업됐다.

자영업자 가맹점 중 전문적인 자격증과 기술을 요하는 업종인 일반·치과·한의원과 약국은 2018년 상반기 신규 창업된 가맹점 대비 폐업된 가맹점의 비중이 69.8%와 85.0%로 나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기술과 자격증을 덜 필요로 하는 업종인 한식과 화장품은 같은 기간 중 신규 창업 가맹점 대비 폐업된 가맹점 비중이 각각 111.4%, 125.4%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가맹점 시장에서도 전문 기술이나 자격증 등에 따른 시장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 필요 여부가 일종의 시장 진입 장벽 내지는 과도한 경쟁 발생을 일정 부분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