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장착 모습. 사진=셔터스톡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BMW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회사 측은 화재 원인으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Exhaust Gas Recirculation) 모듈을 지목했다. EGR 모듈은 이번 BMW뿐만 아니라 폭스바겐과 닛산의 ‘디젤게이트’에서도 원흉으로 지목된 배기가스 저감 관련 엔진 부품이다.

EGR은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배기가스를 엔진 입구로 재순환해 연료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 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여준다. 미국 크라이슬러가 1973년 고안해낸 EGR은 질소 산화물이 산성비와 미세먼지 원인이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거의 모든 디젤차에 장착돼 판매되고 있다.

가솔린 엔진 자동차도 EGR을 장착한다. 가솔린 엔진에 장착된 EGR은 배기가스를 약 10% 재순환해준다. 가솔린 엔진에 장착된 EGR은 엔진의 스로틀링을 막아준다. 스로틀링은 엔진이 지나치게 과열돼 기기손상을 막고자 엔진이 동력을 강제로 낮추는 현상이다. EGR이 엔진 스로틀링을 막아주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의 EGR은 연비를 높여주는 효과를 낸다.

반면 배기가스 50%를 정화하는 디젤 엔진의 EGR은 연비가 높아지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연비가 나빠지는 역할을 한다. 디젤 엔진은 스로틀링으로 인한 동력 손실이 없도록 제작된 데다 EGR 50%에 이르는 배기가스를 정화하기 위해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연료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EGR로 유입되는 가스는 한번 연소하여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연소가 방해되면서 불완전 연소가 일어난다. 불완전 연소는 EGR로 유입되는 가스가 완벽히 연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EGR의 불완전 연소가 연쇄 반응한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더 밟으면 연료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차량의 연비는 배로 나빠진다. 이때 매연 성분도 더욱 많이 나오게 된다. 매연 성분은 흡기 다기관에 달라붙어 EGR밸브와 쿨러 등을 오염시킨다. 결국 흡기되는 매연 성분은 늘고 공기량이 줄어들면서 연소 안전성이 떨어지게 된다.

EGR의 안전성이 떨어지면 배기가스가 불완전 연소하고 매연 성분은 늘어난다. 늘어난 매연 성분은 다시 흡기 다기관(혼합가스를 엔진 실린더 내로 안내하는 장치)으로 들어가 흡입 공기량을 줄여 매연량이 더 늘어난다. 이 때문에 EGR을 장착해도 연식이 오래되면 매연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EGR을 장착하는 이유는 유럽 디젤엔진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폭스바겐과 닛산의 디젤게이트는 일반 주행 시 연비를 높이기 위해 EGR 등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꺼버렸던 사실이 들통난 사건이다. 그 결과 디젤 엔진 차량이 뿜어내는 매연은 미국 기준을 40배나 초과했다.

반면 이번에 문제 되는 BMW의 EGR 문제는 EGR이 너무 과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게 BMW의 설명이다. BMW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 원인은 EGR 온도를 내려주는 EGR 쿨러 결함에 있다. EGR 쿨러 결함이 발생하면 냉각수가 누수하면서 냉각 성능이 줄어든다. 쿨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EGR 장치 내 배기가스 온도가 상승한다. 뜨거운 온도에 EGR 쿨러 출구나 파이프 내에 매연, 엔진오일, 글리콜 등으로 누적됐던 이물질에서 발화가 시작한다. 이렇게 붙은 화염은 흡입공기 파이프에 손상을 주면서 차량 화재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EGR이 장착된 차량은 EGR 흡기를 주기로 청소해야 한다. 낡은 차량은 EGR을 교체해야 한다. EGR이 달린 차가 약 10만~15만㎞를 달렸다면 교체를 고려해봐야 한다. 2018년 8월 기준으로 EGR 교체 비용은 약 15~20만원 정도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EGR 전체인 연결 배기관, 배기 호스까지 함께 교체해야 한다. EGR이 노후화되면 통상 차가 ‘울컥’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갑자기 차량 출력이 떨어지고 주행 시 차가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가까운 자동차 점검센터에 찾아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