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북부 아타카마(Atacama) 염수호 리튬 광산.   출처=마이닝닷컴(mining.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남미 리튬 삼각지(칠레, 아르헨티나,볼리비아)를 이루는 칠레의 리튬생산이 쾌속질주하고 있다. 리튬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전기차 등의 배터리 원료인데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매장량은 900만t, 칠레  750만t, 아르헨티나 80만t으로 추정되지만 생산은 칠레가 월등하게 앞선다. 

30일 CNN에 따르면, 칠레는 지난해 안데스 산기슭 소금 층에서 1만 4100t의 리튬을 가공했다. 그러나 최대 매장국가 볼리비아의 리튬 가공량은 칠레의 1%도 되지 않는다. 

칠레가 남미의 리튬 시장을 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지질조사국 광물 전문가인 브라이언 재스큘라는 CNN에 "칠레가 리튬 생산의표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햇다. 

이러한 가공의 불균형은 칠레의 자연적인 이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볼리비아의 정치와 관련이 있다.

추출 가공 측면

리튬은 소금물이나 염수호에서 발견된다. 염수를 증발시키고 불순물을 제거해 리튬을 추출한다. 그런데 칠레의 기후는 염수 증발에 최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재스큘라에 따르면 칠레의 햇빛은 강렬하고 고도(高度)도 완벽하다. 뜨거운 바람이 거의 일정하게 증발 연못을 가로 지른다. 

칠레가 연안 국가라는 지리 여건과 잘 갖춰진 인프라도 리튬 광물과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 등의 수송을 수월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볼리비아는 기후에서 그런 축복을 받지 못했다. 긴 장마철은 증발 시간을 연장시킨다. 또 볼리비아의 염수는 불순물이 많아 마그네슘을 쉽게 섞을 수 없어서 더 많은 가공 시간이 필요하다. 칠레는 가공에 대개 2년 정도 걸리는데 볼리비아의 가공시간은 훨씬 더 길다.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든다.

볼리비아는 또 지형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으며 인프라도 빈약하다. 볼리비아산 리튬이 해외로 나가려면 칠레나 아르헨티나를 거쳐 바다 항구에 도착해야 한다.

▲ 남미 지도. 칠레는 긴 해안을 가지고 있지만 볼리비아는 사면이 육지로 막혀 있다.   출처= World Maps

정치 역사적 측면

볼리비아의 리튬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더 큰 문제는 정치 환경이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국가의 천연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고 싶고 볼리비아가 자원 개발의 최대 경제수혜자가 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 한다.

사회학자이자 볼리비아의 리튬 추출·정치 문화 연구의 저자인 안나 레벳 박사는, 볼리비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원 개발에 투자해 과실을 다 따가고 정작 볼리비아는 그다지 이익을 얻지 못한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튬 추출은 오랫동안 볼리비아 경제에서 중요한 문제였다. 식민지 시절 착취의 심리적 상처는 스펜인 정복자들이 원주민과 아프리카 노예들을 이용해 볼리비아 남부 포토시(Potosi)에서 풍부하게 매장된 은을 수탈한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벳 박사는 "볼리비아는 더 이상 외국의 착취가 그들의 천연 자원을 지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볼리비아 스스로 차원을 채굴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소유권을 잃으면 안된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볼리비아는 배터리를 처음부터 완제품 단계까지 만들고 싶어한다. 전기 자동차를 직접 만들겠다는 욕망도 숨기지 않았다.

아메리칸 대학교(American University) 라틴 아메리카 연구 센터의 로버트 알브로 교수는 "볼리비아는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생산 체인을 하나로 묶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레벳 박사와 알브로 교수는 모두 볼리비아가 배터리 생산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터리를 만들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해외로부터의 지원 요청도 주저하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들과 협력할 의지가 있지만 아직은 까다롭다.

레벳 박사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자기들이 서로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가급적 남반구 국가들과 협력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볼리비아는 지난 7월에 인도와 자원 사용을 위한 특혜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지난 해에는 중국에 탄산 리튬을 처음 수출했다.

그러나 올해 볼리비아는 리튬 추출과 배터리 생산을 위해 독일 회사 ACI와 13억달러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해 체결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ACI는 수입의 51%를 볼리비아 몫으로 줄 것이며, 볼리비아에 제조 공장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정도의 조건이라면 볼리비아의 경제적 이익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 이 나라의 희망과 잘 맞는 것으로 보인다.

레벳 박사는 이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과거 볼리비아가 일본, 한국, 프랑스 등과 계약에 합의한 적이 있음을 예로 들었다. 그런 합의들이 결국 계약으로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ACI와의 합의가 계약으로까지 진전된다면 놀라운 일이다. 불가능할 것도 없지만, 과거에 여러 차례 무산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 경제, 외교 분야의 세계적인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rfor)의 과학기술 애널리스트 레베카 켈러는 "칠레의 정치적 예측 가능성과 경제적 안정성으로 외국 기업에게는 칠레가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면서 “리튬에 관한한 칠레가 향후 5년 동안의 최고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