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이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되고 완성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미완의 의학이다. 부분적으로는 성공한 듯 보여도 정신적인 요소가 어떻게 몸에도 작용하는지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간 소홀히 여겨졌던 심리적인 요소에 대한 연구가 더 진전되어야 하고, 영양이나 생활습관 또는 환경적인 요소 등 후성유전학적 영향, 그리고 체질적인 요소를 규명하는 동·서양의학 대체의학 등을 포함한 통합의학이 더 연구되고 규명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현대의학이 상업적 또는 제도적 선입견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오로지 사실만을 근거로 무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연구 분위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의학에서 성경처럼 여겨지는 WHO의 매뉴얼도, 어떤 면에서 보면 과학이라는 허울을 쓰고 상업성에 너무 오염되어 넘어 설 수 없는 장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질병 앞에서는 이런 장막이 필요 없다. 다만 생명의 존엄성 앞에 진정한 최선이 무엇인지를 추구하는 ‘생명존중정신’만이 최선의 목표이고 최고의 의학일 뿐이다. 이렇게 해야만 의학이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시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광범위한 영역에 대한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세계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새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즉 싱글 컴파운드(단일구조)가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해 동물실험을 하고, 동물실험 결과를 가지고 임상실험을 하는 전통적인 약학(Conventional Pharmacology)이 거꾸로 이제까지 서양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전통의학, 대체의학에서 효과가 있다고 추정되던 소재들을 채택해 동물실험을 해보고 세포에 실험을 하는 역행약물역동학(Reversed Pharmacology)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신약 개발 비용을 25~50% 이상 줄일 수 있고 개발 시간과 부작용도 그 정도로 줄여가고 있다. 일단 어떤 소재가 지금의 효과보다 낫다고 예상되면 과감하게 개발해 임상시험해보고 메커니즘은 그 다음에 찾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평생 화두인 ‘한의약의 과학화’를 대학 때부터 고심하고 노력해 온 결과, 의학적인 지원과 한의약적 영역을 더 확충하는 ‘통합의학’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학회를 만들고 강의를 통해 전파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자금이 투여되고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한 한국한의학 연구원에서 개발한 KIOM-C라는 바이러스 치료제가 또한 암에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얻었다. 2014년 7월 KIOM-C를 누드마우스로 동물 실험한 결과 폐종양세포의 성장을 최고 79.1%, 폐암전이를 최고 71.5%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필자는 유기셀레늄이 포함된 천년초를 추가한 ‘sTbT’라는 처방으로 업그레이드해 2017년 3월 제주대 생명공학과에서 A549세포(폐암세포)에 배양했을 때 생존력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50ug/㎖ 처리군부터 세포사멸(Atoposis)과 괴사(Necrosis)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의 암치료 방법은 대부분 암세포 스스로의 자살을 유도하는 것인데, 이에 반해 유일하게 방사선 치료만이 괴사를 일으키는 방법이다. 특히 방사선 치료는 그야말로 ‘지옥의 행군’이라 할 정도의 부작용과 때로는 그것 자체가 발암물질이기도 해 의사들도 암에 걸리면 안 하려고 버티는 치료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sTbT가 고통 없이 암을 일시에 제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에 최근 쉽사리 심부에까지 열을 침투할 수 있는 극초단파치료로 온열요법을 시행한 후, 염증에 도움이 되는 한약 소재의 정유 성분을 피부에 발라 내복약과 동시에 외부열과 함께 외용액을 침투하는 방법으로 깊은 곳의 암 치료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되어 검증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시도를 용인하며 보다 많은 자금이 투자된다면, 한국의 의학도 새로운 맞춤의학으로 현대의학을 앞서가는 ‘K-Medicine’ 브랜드를 창출해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경제발전의 새로운 견인차를 찾지 못하는 이때, 경제에도 의·생명공학을 주축으로 신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한다면 다음 세대에도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강력히 제안한다. 그동안 필자의 졸필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