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2위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설비 투자를 포기한다고 2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당장은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의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면서 파운드리로 진격하려는 삼성전자에도 최대 호재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7나노 개발에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데다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violet)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우위를 차지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1위는 50.4%의 점유율을 가진 대만의 TSMC며 2위는 9.9%의 점유율을 가진 GF다. 3위는 8.2%의 UMC며 4위는 6.7%의 삼성전자다.

TSMC가 절대 우위를 가진 가운데 2위 GF가 7나노 설비 투자 포기를 선언하며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사업 부진으로 강도높은 인력감축을 겪었던 GF는 미세공정 경쟁에서 벗어나 중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파운드리 경쟁에서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업계에서는 GF가 7나노를 포기하면서 GF에 들어가던 물량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TSMC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TSMC는 GF의 물량을 대거 빨아들여 몸집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의 AMD는 TSMC에 7나노 제품을 맡긴다고 발표했으며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의 절대 강자인 퀄컴은 올해 TSMC와 협력해 7나노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을 생산할 계획이다. 퀄컴은 최근 TSMC가 있는 대만에 운영센터까지 열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기회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2일 올해 상반기 반도체 업체 상위 15개 기업 매출액 합계는 총 1823억33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1471억1800만달러와 비교해 24% 폭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올해 상반기 397억8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세를 보였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면서 2위 인텔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인텔은 올해 상반기 매출 325억85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13%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 삼성 파운드리 2018이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지위가 독보적이지만,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에만 포트폴리오가 집중됐다는 한계도 있다. 시스템으로의 영역 확대가 절실하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존 메모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를 쪼개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다. 시스템LSI 사업부에 팹리스와 파운드리팀을 두고 있었고 엑시노스 시리즈를 만드는 SoC 개발실과 파운드리 사업팀이 공존했으나 파운드리 사업팀을 사업부로 격상해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 셈이다.

성과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5월22일 미국에서 삼성 파운드리 2018 행사를 열어 파운드리 전략과 첨단 공정 로드맵 등을 발표한 가운데 주력 양산 공정인 14와 10나노 공정, EUV를 활용한 7, 5, 4나노 공정에서 새롭게 3나노 공정까지의 로드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배영창 부사장은 “지난 한 해 EUV 공정을 적용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주력했다"면서 "향후 GAA(Gate-All-Around)구조를 차세대 공정에 적용해 단순히 기술 리더십을 선도할 뿐 아니라 스마트하며 기기 간의 연결성을 강화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2018 인베스터즈 포럼에서도 파운드리가 강조됐다. 6월 열린 포럼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팀 이상현 상무는 "새로운 응용처의 등장으로 국내도 로직(Logic) 반도체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고객을 지원하고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한 만큼 국내 고객사들과도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인베스터즈 포럼에서 올해 파운드리 시장이 전년 대비 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 기준 63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한다는 뜻이다.

7월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8 코리아에서는 고객 숫자가 크게 늘었다는 말도 나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이상현 상무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부 독립 후 국내 팹리스 고객과의 협력이 대폭 강화되어 국내 고객 수가 2배로 확대되는 성과가 있었다"라며, "올해는 고객이 원하는 설계 인프라를 더욱 강화해 국내 팹리스 고객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2분기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칩 주문 증가와 더불어 모바일 AP, 이미지센서 수요 증가로 실적 성장세가 지속됐다. 하반기는 모바일 AP 와 이미지센서 등 부품 수요 증가로 견조한 매출 달성이 기대되며 8나노 공정 적용 제품의 양산과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공정 시험 양산이 계획돼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2위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은 7나노의 공격적인 활용, EUV를 중심으로 구축한 탄탄한 인프라로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GF가 7나노 공정을 포기한 상태에서 기술 우위를 가진데다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삼성전자를 향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턴키 방식의 토털 솔루션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팹리스가 제안하면 빠르게 원스톱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변수도 있다. 퀄컴은 7나노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TSMC와도 협력한 대목이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팹리스의 확실한 선택을 받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파운드리 톱5 기업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감소한 대목도 우려스럽다.

EUV 공정도 불안한 요소가 많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셈이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화성에 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신규 라인 건설에 도입했으나,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무엇보다 TSMC는 조만간 삼성전자가 보유한 EUV보다 더 많은 EUV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