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각자의 위기 타개 대응 전략을 내놓았다.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악재에 악재가 겹쳤다. 편의점 업계 얘기다. 2016년만 해도 편의점은 1인 가구, 가성비 소비지향 시대에 최적화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희망이었다. 너무 잘된 것이 독이었을까. 급성장 시기 각 업체의 과도한 점포 확장 경쟁은 점포별 수익성을 악화시켰고 평균 수익 유지도 어려워졌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2년 연속 인상까지 더해져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운영 부담이 가중됐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다’고 했다. 편의점들은 어떻게든 각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해 사활을 건 ‘생존 게임’을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각 편의점 업체들은 각기 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았다. 

▲ CU 몽골 점포. 출처= BGF리테일

CU “밖으로 나가자”

유통기업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전국 점포 수 1위(1만2897개, 6월말 기준) 편의점 CU의 위기 대응 전략은 바로 ‘해외시장 진출’이다. CU는 지난해 11월 국내 업계 최초로 이란에 진출해 이란 테헤란에 ‘CU 써더기예 1호점’을 열었다. 유통 점포의 해외 진출은 그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조건이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운영은 훨씬 더 까다롭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점점 줄어들고 있는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공급된 편의점을 고려하면 해외 진출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선택이다. 여기에 CU는 지난 23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6개 점포를 열어 해외 역량을 확장했다. 해외 확장으로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고자 하는 CU의 움직임은 경쟁 기업 GS25의 베트남 진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은 몽골 CU 개점 기념식에서 “글로벌 무대에서 쌓은 유통 역량을 활용해 국내 편의점 시장의 내실 있는 성장과 더불어, 글로벌 유통 그룹으로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하며 해외 진출의 의미를 강조했다.        

▲ GS25 영업팀 담당자(왼쪽)와 가맹 경영주가 가맹점 분석 시스템을 보면서 점포 운영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 GS리테일

GS25 “숫자를 믿는다”  

유통기업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전국 점포 수 2위(1만2772개, 6월말 기준) 편의점 GS리테일의 위기 대응 전략은 ‘데이터 분석’이다. GS25는 지난 27일 매주 단위로 파악되는 전국 점포의 판매 데이터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가맹점 컨설팅에 적극 활용한다고 밝혔다. 

GS25는 이 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약 1년 동안 연구했다. 시스템 개발에는 담당 가맹본부뿐만 아니라 영업사원 그리고 가맹점주들까지 참여했다. GS25가 새로 구축한 점포 분석 시스템은 정확한 매출 관리로 지역별 인기 품목을 도출하고, 잘 팔리지 않는 품목의 주문을 줄이는 등 운영에 활용된다. 이런 효율 운영으로 각 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맹점의 수익성 증가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현영 GS리테일 미래형 점포 구축 담당자는 “다양한 기술 반영으로 무인점포 운영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지금 본사와 점주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기존 점포의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개발해 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전국 점포 매출 분석 시스템으로 GS25의 경쟁력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븐일레븐의 인공지능 로봇 '브니'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출처=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하이테크놀러지 파워!”

롯데의 유통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전국 점포 수 3위(9501개, 6월말 기준)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위기 대응 전략은 ‘최첨단 기술 적용’이다. 세븐일레븐은 ‘미래형 점포 실현’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주요 업체들 중 IT기술의 오프라인 점포 적용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핸드페이(Hand-pay·생체정보 활용 결제)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문을 열어 편의점 첨단화의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지난 20일 세븐일레븐은 자판기형 위성(衛星) 점포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선보인데 이어 28일에는 세계 최초로 핸드페이 기술을 적용시킨 인공지능(AI) 로봇 브니(VENY)를 선보였다. 

브니는 의사소통·얼굴인식·이미지/움직임 감지·감정표현·스마트 결제·POS시스템·자가진단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반영돼 있는 북극곰 로봇이다. 핸드페이 결제부터 한 번 이상 점포를 방문한 고객을 기억하는 브니의 기술로 오프라인 점포 운영 효율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세븐일레븐 측의 설명이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브니는 세븐일레븐 디지털 혁신의 상징이자 마스코트가 될 것이다”라면서 “세븐일레븐은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업 모델들을 구축해 각 가맹점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마트24의 가격 경쟁력 강화 전략 프로젝트 'THE PRICE' 출처= 이마트24

이마트24 “가격은 유통 경쟁력의 기본” 

신세계의 대형마트 이마트가 운영하는 전국 점포 수 4위(3236개, 6월말 기준) 편의점 이마트24의 위기 대응 전략은 ‘가격 경쟁력 강화’다. 편의점이 다른 대형 유통채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약한 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이마트24는 28일부터 물가 안정 프로젝트 ‘더 프라이스(THE PRICE)’를 시작한다. 더 프라이스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주요 품목들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 주요 품목을 ‘민생 상품’이라 부르며 1차로 선정된 총 16품목(신선식품 1품목, 가공식품 9품목, 일상생활용품 6품목)의 가격을 할인해 판매한다. 이마트24는 주택가 상권의 가맹점 550개 점포를 대상으로 28일부터 더 프라이스의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이마트24의 가격 인하는 중소 공급업체들에게 장기간 대량 구매를 전제로 한 계약으로 단가를 낮추는 방법 적용으로 가능했다.    

이마트24 김성영 대표이사는 “경기 불황이 길어지고 최저임금 인상 등 변수로 인해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경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물가 안정 프로젝트가 소비자들은 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만족을, 점주분들에게는 점포 수익성을 개선하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각 편의점들이 내놓은 위기 대응 전략이 이미 하락세에 접어든 편의점 업계의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회의적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도모하지 않고 가만히 하락세를 바라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로의 선 편의점들의 생존게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