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CEO는 단기적 성과만을 강요하는 월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회사를 운영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결국 상장폐지 계획을 포기하고 회사를 상장유지하기로 했다. 뉴욕증시에 그대로 남겠다는 테슬라는 상장기업으로서의 주행에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상장폐지 계획을 밝힌 지 3주도 못돼 포기했다. 그는 단기적 성과만을 강요하는 월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회사를 운영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지난 24일, 테슬라의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 회사의 상장유지를 원했고 상장 폐지 계획이 생각보다 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CNN은 앞으로 머스크가 집중해야 할 5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안정적 생산 능력, 숙제이자 필수조건

테슬라의 안정적 생산 능력 확보는 머스크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자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수 차례의 연기 끝에 지난 6월 말에야 모델 3의 주당 5000대 생산을 실현했다. 머스크는 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거대한 천막 속에 제2 조립 라인을 만들어야 했다.

이제 그는 어렵게 생산 능력을 달성한 것이 요행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 정도의 생산 능력을 계속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더 확대해야 한다.

수 십만명의 테슬라 팬들이 모델 3를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믿고 1000달러를 미리 지불했다. 이들 중 상당 수는 회사가 2016년 4월에 주문을 받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기다려 왔다. 이들의 인내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익은 언제쯤 낼까

테슬라가 수익을 내려면 생산 목표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회사는 현재 현금이 매우 필요한 상태다. 내년 초까지 12억 달러의 빚을 갚아야 한다. 회사는 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20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지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

머스크는 회사의 현금 부족을 부인했다. 그는 모델 3의 판매 증가로 충분한 현금을 창출하면 올 하반기부터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블로그에 회사를 다시 상장시키기로 결정했다는 글을 게시하면서 “우리가 재정적으로 안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발전시키겠다는 사명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EC조사와 소송에 대한 대응

머스크는 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그가 자금을 확보했다는 것이 거짓이었고 주가를 조작하려는 의도였다며 주주들로부터 두 건의 소송을 당했다.

또 증권거래위원화(SEC)가 머스크가 ‘자금을 확보했다’고 한 발언이 증권법을 위반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테슬라는 뉴욕 증시에서 공매도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이다. 마켓워치는 쇼트 셀러들이 초기 주가 급등으로 인해 약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재무분석기관 S3 파트너스는 쇼트 셀러들의 8월 손실은 30억 달러(약 3조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SEC도 테슬라도 해당 보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지만, 회사가 비상장 계획을 거두어들였기 때문에 소송설이나 조사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뉴욕 로펌들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 회복

테슬라가 급속하게 성장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머스크가 회사를 설립하는데 필요한 돈을 기꺼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머스크가 주당 420달러로 테슬라의 주식을 비공개로 인수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시장은 깊은 의구심을 보였다.

벤처 캐피탈 루프벤처스(Loup Ventures)의 경영 파트너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진 머스터는, 머스크가 회사를 다시 상장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머스크가 시장에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지난 7일 트위터에 "주식 매입 자금을 확보했다”는 글을 올리자 테슬라의 주식은 최고치에서 거의 20%나 하락했다.

머스크는, 쇼트 셀러(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성, 의구심을 끊임없이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쇼트 셀러들을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공개가 아니라 주가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머스크는 테슬라 팬들이 고대하고 있는 생산 능력과 이익 발생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집안 일을 해줄 경영 파트너가 필요하다

머스크는 머스크 대신 회사의 일일 업무를 돌봐 줄 경험이 풍부한 2인자를 영입하라는 요청에 직면해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가 마크 저커버그를 도와 페이스북 왕국을 구축했으며, 구글도 에릭 슈미트(현 알파벳 회장)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도와 회사를 상장시켰다.

적절한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최고위 임원들이 머스크의 변덕이 심한 경영 스타일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최근 뉴욕 타임즈(NYT)와의 격정적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1주일에 120시간을 일하느라 공장을 거의 떠나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없다고 말한 이후, 그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더욱 분명해졌다.

설령 그가 1주일에 120시간을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좋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