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요즘에는 정말 바닷가에 모래성을 짓는 기분을 느낍니다. 평소 회사와 제품에 대한 명성을 잘 쌓아 관리해 놓으면, 정기적으로 위기가 빵빵 터져 그 이전 명성 자산들을 싸그리 뭉개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거든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 회사와 제품에 대한 명성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한 노력과 위기관리를 위해 투자한 노력 간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요? 질문 내용으로만 보면 그 둘 간에는 아마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명성관리를 위해 여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이벤트를 하고, 매체광고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활동들을 해왔을 겁니다. 그럼에도 정기적으로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위기관리를 위한 평시 노력은 그에 비해 미미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개념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은 기업 내부의 ‘위기 유발 의지’를 빨리 찾아내서 차단해야 제대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기 유발 의지’라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텐데요. 분명히 조직 내에서는 위기로 발화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나 관습이나 관행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더 나아가 조직원들의 의지에 의해 더욱 발전 악화되기도 합니다. 그런 부정적인 내부 환경을 위기 유발 의지가 존재하는 생태계라 부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볼 때 황당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회장님이 지난 10여년 동안 임직원들에게 심한 욕설과 인격모독을 해왔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를 보면 해당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의지보다 위기 유발 의지가 강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10여년 동안 해당 문제를 위기로 판정하지도 않고, 개선이나 교정을 하려는 내부 의지가 존재하지 못했나 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회장에게 공식적 문제제기를 하지 못할 정치적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 한다며 회사를 등진 사람도 꽤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어떤 형식으로라도 문제의식과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해당 기업에게는 위기 유발 의지가 강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겠습니다.

최근 한 정치인의 추문이 있었고, 그와 관련해 소송이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1차 판결이 해당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나왔습니다. 그러자 그 정치인의 아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차 판결에 환호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또한 해당 건에 대해 당사자들은 위기 유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문제가 될 것이 뻔한데도 의지를 가지고 위기를 만들었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 밖에도 기업이나 셀러브리티 내부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위기 유발 의지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위기 유발 의지를 당해낼 수 있는 위기관리 역량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제대로 위기를 관리해보려 해도, 위기 유발 의지가 내부에서 살아 움직이는 한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후에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닷가에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면, 먼저 회사 내에 어떤 수준의 위기 유발 의지가 존재하는지를 잘 살펴보기 바랍니다. 이는 위기에 대한 민감성에 대한 이야기와도 연결됩니다. 민감하게 내부와 주변을 돌아보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발생할 위기가 어떤 것일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를 살피십시오.

정기적으로 위기관리위원회 미팅을 통해 자사에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한 정보공유와 트래킹 논의를 반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 내 위기 발생 의지를 최소화하고, 민감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노력들이 일상화되면 위기 발생 빈도는 줄어들게 됩니다. 더욱 더 꾸준히 운영된다면 사내에서 창궐했던 위기 유발 의지는 사라지게 됩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위기 유발 의지가 존재하는 한 위기관리는 불가능합니다. 파도를 이기는 모래성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