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블록체인 기반 은행권 공동 인증서인 뱅크사인이 본격 도입됐다. 해킹 위험을 줄이고 보안성을 개선해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기존 간편인증과 비교해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7일 시중은행들과 함께 은행권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공동인증서비스 이하 뱅크사인 오픈행사를 열었다.

블록체인(Blockchain)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중 하나로, 중앙집중기관 없이 시스템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거래정보를 기록, 검증, 보관함으로써 거래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된 분산장부 기술이다.

은행연합회는 27일 블록체인기반의 은행공동인증서비스 '뱅크사인' 오픈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아랫줄 왼쪽부터)이동빈 수협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원표 삼성SDS대표이사,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윗줄 왼쪽부터)손상호 금융연구원장,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심성훈 케이뱅크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출처=은행연합회

은행권은 정부의 4차 산업혁명 활성화 정책에 맞춰 블록체인을 금융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2016년 11월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18개 컨소시엄 참여은행 중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6개 지방은행 등 15개 은행이 이번에 뱅크사인을 도입했다. KDB산업은행은 차세대 시스템 도입으로 2019년 5월 시행 예정이며, 씨티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시행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국내외에서 블록체인 관련 연구와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는 있지만, 이번처럼 많은 은행들이 참가해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라면서 "블록체인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블록체인 노드를 각 은행에 직접 구축했다"고 말했다.

뱅크사인은 천재지변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 이중화와 재해복구센터를 설치하고, 통신구간 암호화와 데이터 이중암호화 등 검증된 보안기술을 중첩 적용해 보안성을 확충했다. 블록체인 플랫폼 내 공유정보는 해시값으로 변환했다. 인증서 위‧변조, 탈취, 복제와 무단사용을 방지하고, 간편비밀번호, 지문, 패턴 등 다양한 인증수단도 선보인다.

스마트폰 앱 인증으로 모바일뱅킹과 PC 인터넷뱅킹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전산개발 일정에 따라, 모바일뱅킹을 우선 오픈하고, PC 인터넷뱅킹은 안전성 점검 등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쳐 9월말부터 각 은행별로 오픈할 예정이다.

뱅크사인 도입 후에도 공인인증서는 계속 이용이 가능하며, 고객은 뱅크사인과 공인인증서를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 유관기관 등으로 이용기관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은 "이번 은행권 블록체인 공동사업은 국내 은행권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뱅크사인은 은행권 블록체인 플랫폼의 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금융거래의 기초가 되는 인증업무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향후 더 다양한 블록체인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년 동안 소비자들이 사용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은행권이 아닌 국세청 등 공기관 결제 시엔 여전히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인증서의 유효 기간도 3년으로 공인인증서보다는 짧지만 영구적이진 않다. 현재는 증권사나 보험사, 다른 금융권에선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차별성이 뭔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법률 개정도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공인인증서와 간편인증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느껴지지 않아 흥행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