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약인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와 급성췌장염 치료제 개발을 시작해 관련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바이오시밀러(생물학 복제약) 연구개발(R&D)과 상업화가 주요 사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약인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와 급성췌장염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확대

28일 삼성바이오에피스(SBE)의 최대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SBL)가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의 공정개발을 완료하고 임상1‧3상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생물학 의약품)과 성분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임상2상은 면제 받는다.

미국의 희귀난치질환 전문제약사인 알렉시온이 개발한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제인 바이오의약품 솔리리스의 특허는 2021년 만료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솔리리스 특허만료 시점에 맞춰 임상1‧3상을 마치고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PNH는 주로 야간에 적혈구가 붕괴해 헤모글로빈이 혈구 밖으로 탈출하는 용혈현상을 일으켜 자다가 혈뇨를 보는 질환이다. 이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발한 후천성 희귀 혈액진환으로 증세가 심하거나 급성신부전, 감염‧출혈 등 합병증이 일어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PNH 치료법은 자연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 솔리리스 처방 뿐이다.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솔리리스의 글로벌 매출은 약 31억4400만달러(한화 약 3조5024억원)다. 이는 2016년 28억4300만달러(한화 약 3조1656억원) 대비 10.6% 가량 증가했다. 솔리리스는 1병당 가격이 736만원으로 환자 1명당 1년 약값은 약 5억원에 이른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솔라리스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직 세세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파이프라인.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기보고서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 SB12가 본격 연구개발(R&D)에 돌입하면, 이는 SBE의 일곱 번째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SBE는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플릭사비(오리지널 레미케이드), 유방암치료제 온트루잔트(오리지널 허셉틴) 등을 국내외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랄디(오리지널 휴미라)를 유럽에 출시할 계획이다.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SB8은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안과질환 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SB11은 임상3상을 준비 중이다. 

SBE와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가 공동 투자한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 루수두나는 지난해 1월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고, 같은 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잠정승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일본 다케다제약과 신약 공동 개발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바이오 분야 성장을 크게 이끄는 것은 신약 개발이다. SBE는 이달 13일 일본 다케다(Takeda)제약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급성췌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SB26, TAK-671(성분명 울리나시타틴 Fc 융합 단백질, Ulinastatin Fc Fusion Protein)의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SBE는 최근 FDA에 임상1상 시험신청서(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 IND)를 제출한 뒤 승인을 받았으며, 이후 참가자 등록을 거쳐 임상 시험을 할 계획이다. 임상1상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체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의 약동학 자료를 탐색하는 단계다.

SBE와 일본 다케다제약은 지난해 8월 바이오 신약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 기업은 우선 급성 췌장염 치료 후보 제품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역량을 집중한 SBE가 신약 개발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급성췌장염 후보물질은 다케다제약이 발굴한 것으로 두 기업이 계약할 당시에는 임상 전 단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두 기업의 공동 개발 계약 체결은 이후 공동으로 임상을 이끌어가기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판단된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 급성췌장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환자의 수요가 높고, 다케다제약이 소화기 내과 분야 치료제 분야에 강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SBE가 보유한 바이오의약품 개발 플랫폼‧기술과 다케다제약의 신약 개발 노하우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다케다제약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매출 161억달러(한화 약 18조원)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글로벌 10위권 안의 제약사다”고 말했다.

급성췌장염은 여러 원인에 따라 췌장 또는 당대사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선인 동시에 이자액을 분비하는 외부분비선 작용을 모두 갖춘 큰 소화선인 이자에 염증이 생가는 것으로, 단순히 부은 정도에서부터 심한 궤사에 의한 다발성 장기 손상, 사망 등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마켓 리서치 퓨처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급성췌장염 시장은 약 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023년까지 연 평균 3.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