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교제한 여자 친구가 내 뺨을 때렸어요.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예비 남편의 뺨을 때리는 여자와 결혼을 해야 할지, 비관적이네요.”

심리 상담소를 찾아온 남자가 하소연했다. 상담사는 여자 친구에게 사실이냐고 물었고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상담사는 여자에게 “남자 친구의 뺨을 때린 게 약혼 무효의 원인이냐”고 질문했다.

“아니요.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닙니다. 내가 남자 친구의 뺨을 때린 이유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에요. 바람 피우는 남자와 어떻게 결혼할 수 있겠어요.”

상담사가 다시 남자에게 바람을 피웠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사실이지만 여자 친구가 저에 대한 감정이 식었는지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지 않아요. 남여 누구든 상대방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 만나는 것 아닌가요.”

정리하자면 여기서 결혼을 앞둔 남녀가 약혼 무효에 다다른 이유는 여자가 남자의 뺨을 때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고, 남자가 바람을 피운 것이 그다음 직접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약혼 무효의 근본 원인은 여자가 남자를 향한 사랑과 애정의 결핍이다. 위 이야기는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가 쓴 <총,균,쇠> 2017년 판 후기의 일부를 수정 및 요약한 것이다. 문제 해결에서 근본 원인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연속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적폐청산과 한반도 평화유지만으로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직접 원인이다. 직접 원인의 해결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남자를 향한 여자의 사랑과 애정의 결핍이 근본 원인이듯 직접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근본 원인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근본 원인은 고용 악화와 경제 침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득 양극화가 더욱 악화되었다. 2018년 2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사상 최대 폭인 10.3% 늘어난 반면 하위 20% 가구 소득은 오히려 7.6% 줄었다. 중산층도 흔들리고 있다. 2분기 소득 상위 40~60% 가구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이들이 매년 100만명에 달한다. 끝내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은 과도한 인건비 인상에다 과포화인 시장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고 말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다른 모든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본예산과 추경을 더해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지만 일자리 상황이나 소득분배가 더 나빠지자 내년 재정 투입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 7월 22일 최저임금 과속인상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7조원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우는 땜질처방이다. 이러한 처방은 근본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근본 원인의 해결책이다. 세금만 퍼붓고 경제지표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방법은 초등학생 수준이다.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가구당 이전(移轉)소득이 59만5000원으로, 근로소득 51만8000원을 웃돌았다. 이전소득에는 가족·친지에게서 받은 돈도 포함되나 각종 세금 지원이나 보조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해서 번 돈보다 세금 지원금이 많다는 뜻이다. 정부의 달콤한 세금 설탕물은 근로 욕구를 떨어뜨리게 하고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보상의 역설이다. 베네수엘라가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던 것도 국민을 세금 중독증에 걸리게 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세금 지원으로 삶이 나아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우리 경제의 기초가 되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끊임없이 혁신과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원한다. 고기를 잡아주는 직접 원인의 단기적 처방전은 더 큰 병을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