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일본 농업·농촌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령화 현상과 노동인구 감소로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 농림수산성과 NHK 보도에 따르면 2015년 농산물 판매 농가 수는 132만호에서 지난해 123만호로 2년 사이 10만호 가까이 줄었고, 일본의 대표 농촌지역 중 하나인 아키타현은 전체 주민의 1/3 이상(32.6%)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다. 또 다른 농촌지역인 이바라키현은 5년 만에 농업종사자 수가 1만 명이 이상 줄었다. 여기에 온난화 현상 등 환경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농업·농촌 위기’에 직면한 일본은 최근 농업 전문 파트타이머 활용과 아열대기후에 맞춘 재배작목 다변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채소가게 레스토랑 마케팅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 일본도 우리처럼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출처=일본농업신문

일본 대표 농촌 이바라키현, 농업인구 5년 만에 1만5000여명 감소

일본의 이바라키현은 지난해 기준 홋카이도에 이어 일본 농업생산량 2위를 차지한 대표적인 농촌지역이다. 이바라키현은 멜론과 청경채, 피망 등 다양한 농작물이 재배돼 ‘수도권의 부엌’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도쿄지역 내 대부분의 시장과 대형마트들은 이바라키현의 채소를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바라키현도 농업종사자 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일본 관동농정국이 발표한 ‘2015~2016년 이바라키농림수산통계연보’ 자료에서 이바라키현 농업종사자 수는 2010년 9만1566명에서 2015년 7만6821명으로 5년 만에 1만4745명이 줄었다. 16% 이상 감소한 것. 30대 이하 농업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4313명에서 3956명으로 8.27% 줄었고, 특히 주축 연령대인 40~50대 농업인구는 1만9432명에서 35.6% 감소한 1만2511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농 비중은 2010년 74%(6만7821명)에서 2015년 78.6%(6만354명)으로 5% 가까이 증가했다. 

▲ 일본의 농업 전문 파트타이머는 약 3만~3만5000여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부족한 일손을 보완해주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일본경제신문

 
일본 지역농협 연계 ‘농업 전문 파트타이머’ 부족한 일손 보완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가속화 현상은 비단 이바라키현 외에도 가가와현·나가노현·야마가타현 등 일본의 주요 농촌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 전문 파트타이머’가 새롭게 등장하며 일본의 농업·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고 있다.

농업 전문 파트타이머는 계절에 따라 지역을 돌며 전문적으로 농사일을 돕는 사람을 뜻한다. 일본의 JA(일본농업협동조합연합회, 우리의 농협과 유사)가 주축으로, 지역별 JA가 연대해 전문 파견인력을 모집·공유하는 형식이다.

이를테면, 홋카이도의 JA후라노와 에히메현의 JA시우와, 오키나와현의 JA오키나와는 지난 2016년부터 부족한 농업인력 확보를 위해 연대를 맺고, 온·오프라인 공고를 통해 파견인력인 농업 전문 파트타이머를 매년 모집하고 있다. 이렇게 모집한 농업 전문 파트타이머 인력은 지역별 농산물 수확시기를 고려해 4~10월에는 홋카이도에서 멜론과 방울토마토, 11~12월에는 에히메에서 귤을 수확하고, 12월~이듬해 3월에는 오키나와의 사탕수수 공장에서 일을 한다. 해당 시기에 각 JA는 파견인력에게 숙소 등을 제공하며, 인력비용은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다. 

JA에 따르면 이러한 농업 전문 파트타이머는 일본 전역에서 약 3만~3만5000여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의 농업·농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블러드오렌지·아보카도 등 열대작물 눈 돌린 일본의 농가

일본도 우리처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농업 재배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일본 농가들도 변화하는 재배환경에 맞춰 주로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바나나와 카카오빈, 블러드오렌지, 아보카도 등의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열대작물 재배농가들과 직거래를 통해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오사카지사에 따르면 일본 온주밀감의 대표 주산지인 에이메현 우와시마시에서 이탈리아의 특산물인 블러드 오렌지가 활발히 재배되고 있다. 블러드 오렌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 오렌지 중 하나다. 재배 초창기인 2004년 당시 블러드오렌지 재배농가는 6곳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300호 농가가 340만t의 규모로 재배해, 일본 전역에 도·소매 공급은 물론 식자재로 납품하며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오카야먀현의 농업법인 D&D팜은 자사의 전용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 바나나를 지난해 3월부터 지역 백화점에 공급·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개당 650엔(한화 약 6500원)으로 수입산 바나나보다 4~5배 비싸지만, 현지에서 자국산 프리미엄 바나나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의 히라쓰카제과는 지난 2010년부터 일본의 카카오빈 농가들과 연계를 맺고 500그루의 카카오빈을 재배 중이다. 히라쓰카제과는 향후 자사 브랜드 상품에 계약농가가 직접 재배한 카카오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시야제과는 향료 등으로 쓰이는 바닐라 열매를 농가를 통해 재배하고 있으며, 내년 가을에 100㎏ 가량의 바닐라 열매를 수확할 예정이다.

aT 오사카지사 관계자는 “일본 내 아열대작물 재배는 초창기로 아직 공급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투명하면서 간편한 생산이력관리와 자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 가격리스크 최소화 등의 장점들로 아열대작물 재배에 관심을 갖는 일본 농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일본 농가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들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 일본의 채소가게 레스토랑 ‘오카테’. 출처=일본농업신문
▲ 오카테 홈페이지. 출처=오카테

레스토랑이 유기농채소 팔고 가격정보 제공

일본에서 농업부흥 노력의 일환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하는 마케팅도 활발하다. 일본농업신문에 따르면 현지에서 채소 구매와 식사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채소가게 레스토랑’이 주목받고 있다. 채소가게 레스토랑 ‘오카테(OKATTE)’는 자국산 유기농채소를 판매하는 동시에 가게 한 쪽에 요리공간을 마련하고, 유기농채소로 만든 식사 제공과 요리교실 등의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생산자는 판로 확보의 기회를, 소비자는 농산물을 재배한 생산자와 직거래로 안전하면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제공받는 긍정적인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의 채소가게 레스토랑은 소비자에게 식사는 물론 농산물 판매와 가격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요리사까지 함께 모여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다리 역할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