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수 십년 동안 세계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지불 시스템에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앱과 기타 디지털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현금이나 전통적인 신용카드, 직불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상품과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이런 기술들을 얼마나 빨리 채택할 것인지, 그래서 플라스틱 카드를 필요 없다고 버릴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액센추어 컨설팅(Accenture Consulting)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소비자의 56%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지불할 수 있는 기술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스마트폰 지불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은 25%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는 그 사용 비율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용카드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조사 보고서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카드는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신용카드 계정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가 보다 더 편리하고 수수료도 적고 안전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는 5년 내에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두 가지 주장을 보도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미시시피 주립대학교(Mississippi State University)의 금융 기관 및 소비자 금융 연구소장이자 조지 메이슨 대학교 메르카투스 센터(Mercatus Center) 겸임 교수인 톰 밀러 주니어는 신용카드가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을 자세히 기술한다.

▲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는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하다고 응답했다.    출처= financialfreedom

신용카드 새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 계속 제공할 것이다 (톰 밀러 주니어).

사람들이 새로운 지불 기술이나 자금 이체 방식을 선호하면서 신용카드가 5년 내에 사라질 것처럼 전망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플라스틱 신용카드는 기술에 대한 지식 없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의 본보기이다.

모바일 지갑이나 기타 디지털 지불 방식이 플라스틱 신용카드와 경쟁하겠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그런 방식을 채택하는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는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하다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은 결코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하는 방법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신용카드는 부피도 크지 않고 배터리 충전도 필요 없으며 물에 젖어도 상관없다. 또한 가족끼리 공유할 수도 있고 실물이 없어도 전화로 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밀레니얼들은 최근 신용카드가 앞으로는 작은 칩이 들어 있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 그들이 옳았다. 비자카드(Visa)는 최근 반지형 신용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지문이나 망막 기술도 앞으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보안과 편의성에서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또 미래의 신용카드가 어떤 형태를 취하든, 신용카드 계좌에 대한 수요는 5년보다 훨씬 더 오래 존속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기능과 구매 비용 지불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일시불, 할부 기능 등)도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요인들이다. 또 한 때는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신용카드를 통한 신용도(이를 테면 외상 구매)도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신용카드에 대한 신뢰는 밀레니얼들에게도 강력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소비자 금융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스마트폰 앱이 자금 이체에 편리하다고 말하면서도 4분의 3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44%는 매월 잔고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잔고는 약 5700 달러였다.

인터넷 기술로 인해 새로운 온라인 지불 네트워크와 대출 플랫폼이 생겨남에 따라 거래 비용과 대출자에 대한 무담보 신용 제공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플랫폼이 일부 기업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어차피 그런 새로운 대출 플랫폼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모든 소비자에게 매번 외부 승인을 받지 않고 즉시 신용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 당월 결제하지 않고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옵션, 분쟁이 발생한 요금에 대한 보호, 그 외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항공권, 호텔 객실, 렌터카 등은 신용카드가 있으면 예약하기도 쉽다. 또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항공 마일이나 캐시백 보너스를 받는 등 일상 생활비를 쓰면서도 이익이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신용카드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상상하란 말인가.

▲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앱을 통해 지불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출처= pmtrainers.biz

이와 반대로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소비자 신용 연구팀장인 크리스티안 드리티스는 우리 생각보다는 빠르게 디지털 결제로의 전환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아래와 같이 향후 급속도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자 지불은 신용카드보다 더 안전하며 더 쉽고 비용도 싸다 (크리스티안 드리티스)

신용 카드가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5년 이내에 신용카드는 사라질 것이다. 전자 지불이 더 편리하고 저렴하며 안전하기 때문에 이 기술의 채택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현재의 신용 카드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는 소비자와 기업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쉽고 빠르게 지불함으로써 상업을 촉진하는 기능이다. 둘째는 고객에게 무담보 신용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이다. 경제는 여전히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신용카드일 필요는 없다.

신용카드업계는 진입 장벽이 높고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로 인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모든 거래에는 1~4 %의 높은 거래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러나 새로운 온라인 결제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급감함에 따라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이런 높은 수수료 지급 방식을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다.

이제 소비자는 신용카드 프로세서의 독점적 네트워크를 우회해, 문자 메시지나 온라인 서비스로 결제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 페이(Apple Pay)나 구글 페이(Google Pay)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생체 인식 보안, 위치 정보 기술 등을 총동원해, 신용카드와 관련된 사기 거래를 일거에 없앨 수 있고, 거래 비용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5년 내에 신용카드는 필요 없게 될 것이지만, 더 나은 대안이 있더라도 여전히 종이 수표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여전히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뀌고 있다는 징후는 많다.

특히 밀레니얼들은 벤모(Venmo)나 페이팔(PayPal) 같은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채택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거의 40%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지불 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신용카드에 대한 세대 간 태도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젊은 밀레니얼들은 신용카드에 대한 친밀감이 부모 세대와 같지 않다. 이는, 지난 2009년에 제정된, 21세 미만의 대출자에게는 보증인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못하게 한 법률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밀레니얼들은 디지털 결제 옵션이 많아짐에 따라 신용카드 사용에서 탈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비상시를 위한 무담보 대출원을 확보하고, 소득 및 저축의 변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신용카드의 그런 기능에는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 금리는 채무자의 지불 불이행 위험 때문에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터넷 기술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그 비용이신용카드보다 낮다. 렌딩 클럽(LendingClub)과 프로스퍼(Prosper) 같은 온라인 대출 플랫폼은, 개인 대출자 정보를 다양한 대출 기관들 연계함으로써, 그들이 기존 부채를 ​​통합하거나 새로운 구매 자금을 조달하는데 들어가는 이자를 낮춰줄 수 있다.

차세대 소비자 대출은 대출 기관이 실시간 소비 및 소득 데이터를 이용해 매 구매 건 별로 대출자의 채무 불이행 위험을 계산하는 이른 바 ‘판매 기반’(sale-based) 금융이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무담보 대출원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얻기 위해 플라스틱 조각을 갖고 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