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최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대량 소비를 전제로 한 제조나 마케팅에서 벗어나 다양화된 개인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한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변화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

일본의 화장품, 주류(酒類) 기업, 가구 잡화점, 편의점 등 소비 영역에 접점을 둔 기업들은 대량 소비를 전제로 한 제조나 마케팅에서 벗어나 다양화된 개인들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특정 연령대, 성별, 생활 방식에 맞춘 ‘맞춤 타깃팅’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타깃 마케팅, 화장품·맥주부터 편의점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와 ‘고세’는 과거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한 매스(Mass) 광고 방식에서 인스타그램과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을 활용한 SNS 마케팅 방식으로 변경했다. 

시세이도가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2017년 가을 출시한 브랜드 ‘레시피스트’와 여고생들을 타깃으로 지난 1월 발매된 브랜드 ‘POSME’는 각 타깃 소비자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POSME는 제품 개발부터 홍보에 여고생 100명의 의견을 반영했다. 여고생들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로 시세이도의 신상품에 대한 첫 느낌을 리뷰하거나 해당 제품을 활용한 메이크업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시세이도의 매출은 2017년 12월 처음으로 1000만엔(약 1조원)을 넘어서며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 전략의 효과를 보고 있다. 

▲ 일본 시세이도사 연간 매출 추이. 출처= 시세이도 연간보고서

고세의 브랜드 ‘타르트’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매스미디어 광고는 전혀 하고 있지 않지만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2030 여성 마케팅에 집중한 결과, 팔로워 수는 800만명을 넘었고 매출은 최근 3년간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가하면 맥주 ‘이치방 시보리(一番搾り)’ 브랜드로 유명한 일본의 주류기업 기린(KIRIN)은 개별 소비자들의 다양한 맥주 취향을 맞추기 시작했다. 기린은 일본 수제 맥주 제조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의 맥주를 맛볼 수 있도록 적은 용량의 탱크 4대를 연결한 전용 서버를 개발해 전국 선술집에 납품하기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련의 시도는 일본 5대 맥주 대기업들의 2017년 출하량이 4억407만건으로 13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추이를 반영한 것이다.  

▲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취향 등을 고려한 MUJI 가구 카탈로그. 출처= MUJI 홈페이지

또 일본에서는 생활용품 브랜드에서도 개인 취향에 맞춘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료힌 케이카쿠(Ryohin Keikaku)의 소비재 브랜드 무인양품(MUJI)은 맞춤형 마케팅을 고도화했다. 무인양품은 개인 고객이 색상, 크기, 천 재질까지 자기 취향에 맞는 가구를 고를 수 있도록 카탈로그를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저격’한 일본의 무인양품은 브랜드와 료힌 케이카쿠사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한 매출액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2004년 우리나라에도 진출했고 무인양품의 한국 법인 무지코리아는 2017년 1095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2016년 대비 39% 증가한 성과를 올렸다.  

일본의 편의점 로손(Lawson)은 노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5년 로손은 일본 사이타마시에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살롱’을 갖춘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열었다. 이 지점에는 혈압 측정기가 배치돼있을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지역 노인들을 위해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 폭을 넓히는 등 노인 고객들을 위한 배려들이 반영돼있다. 또 편의점에서 쌀, 물 등을 직원이 배달하기도 하며 다양한 노인식, 성인용 기저귀를 파는 특별 매대도 마련돼 있다. 2016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33.7%를 차지하는 ‘고령 국가’인 일본의 사회 구조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로손의 성공으로 일본의 다른 편의점들도 지역 특성을 고려한 연령별, 성별을 타깃으로 점포를 개점하고 있다. 일본 미니스톱은 직장인 여성을 타깃으로 식품 코너에 주력한 새로운 점포 형태인 시스카(CISCA)를 열었다. 

▲ 개호(노인 간호) 관련 별도 상품코너를 둔 사이타마시의 시니어 전문 로손 편의점. 출처= 죠에츠타운저널(上越タウンジャーナル), KOTRA 나고야 무역관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점 

일본 경제산업성의 2017년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어찌 됐든 저렴하고 경제적인 것을 구매한다’라는 선택지에 답한 비율이 2000년도 50.2%에서 34.5%로 감소했다. 반면, 2000년 22.9%를 기록한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을 고른다’는 응답의 비율은 31.8%까지 증가했다. 통계는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가 '절약형'에서 '개인 취향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일본의 소비 유형을 분석한 김현희 일본 나고야무역관은 “다른 산업의 영역보다도 특히 소비의 유형은 시간의 차를 두고 한국이 일본을 가장 많이 따라가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일본의 변화들은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전해지고 있어 이제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소비재 관련 기업들은 일본과 유사하게 변화하고 있는 국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연령별, 성별에 맞춘 세분화된 마케팅 전략을 세워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무역관은 “장기 관점에서 효과가 있는 판매 전략을 수립하려면 단순히 마케팅의 판로를 매스미디어 광고에서 SNS로 돌리는 것과 더불어 디자인, 생산 단계부터 제품 타깃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시키는 방법론 적용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